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젝트
남종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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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레 동물원과 수족관을 찾아 다니곤 합니다.

우리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책으로만 접했던 동물들을 직접 보게되어서 즐거워하지만 막상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그들이 한없이 가엽기만 합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야하는데 인간의 욕심으로, 문명의 발달로 인해 자신의 터전은 사라지고 종족마저도 그 개체수는 줄어듦은 물론 좁은 울타리 안에서 마치 '광대'처럼 살아야하는 그들의 모습.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요즘 유럽에서도 동물원을 없애는 추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좁은 공간에 그들을 가두는 것은 잔인한 행위라며 그들이 살아가기 위해선 그들의 터전에 다시 데려다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쉽게 그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서 아쉽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제서야 한다는 점이 미안할 뿐입니다.

이 책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첫 돌고래쇼부터 불법포획, 제돌이 야생방사까지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돌고래와 동물복지에 대한 모든 것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프로젝트를 담은 이 책.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동물복지에 대해, 돌고래의 방사과정을 바라보며 우리가 그들에게 강요했던 행위에 대한 자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제주 바다에서 살았다는, 제주 해녀들이 '곰새기'라 불리는 남방큰돌고래.

"그런 적은 어수다(없어요).. 생각해봅서, 돌고래가 얼마나 큰디.바당(바다) 안에서 보면 더 크게 보이매. 돌고래가 해 끼친 적은 어신디, 물질할 때 장난은 검수다. 망사리에 있는 뭉게(문어) 비린내 맡고 가까이 완(와서는) 톡톡 건드리는디, 왜 옛날 어른들은 오리발이 없었잖수까, 돌고래가 완 물질하는 해녀 발 자를까 봐 무섭기도 하고. 그래도 곰새기가 해녀 해친 적은 어서(없어). 많이 다니면 무서우난 다들 물 위로 올라오는 거지." - page 18

많은 돌고래가 살았던 그 때.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만나고 싶으면 수족관에 가야 합니다.

불법포획된 돌고래들이 돌고래쇼에 나오는 현실......

우리는 한 번도 이 돌고래들이 어디서 왔는지 관심은 갖지 않고 그저 그들의 재롱에 박수만 쳤단 점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책에선 주로 '제돌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 동물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기서 동물은 한 종을 뜻하는 게 아니다. 한 개인, 그러니까 개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동물의 역사는 대개 전자를 의미했다. 동물은 집합적 '종'으로서 인간에게 존재했지, 자의식, 성격, 태도, 경험을 지닌 '개별적인 개체'로 동물을 다루진 않았다. 우리는 위인의 전기를 쓰고, 민중의 구술사를 써 왔지만, 동물은 언제나 개개가 아닌 종이라는 집단으로만 묘사했다. - page 136

이 문장이 왜 이리도 가슴 저미도록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인간이 만든 자료'를 토대로 동물 개체의 역사를 쓸 수 있을 뿐이다. 동물행동학과 같은 학문적 도구를 통해 동물의 행동을 해석하고, 동물을 관찰한 사육사의 증언을 통해 그의 궤적을 좇을 뿐이다. 우리는 동물의 구술사를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을 알기 위해서는 멀리 우회해야 한다. 자료를 뒤지고 인터뷰를 하고 돌고래가 사는 공간에 가보아야 한다. 눈빛을 교환해야 하고 습관을 확인해야 하고 사료량을 체크해야 한다. - page 136

그런 제돌이의 야생방사 프로젝트.

너무나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제돌이시민위에서 발생한 첫 번째 갈등은 바로 절차에 관한 견해차 때문이었다. 시민위에 참여한 동물,환경단체는 이런 번거로운 절차들이 야생방사의 시기를 늦춤으로써 실패의 가능성을 높일까 노심초사했다. 동물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실 이런 절차는 허례허식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야생방사 결정 직후만 해도 일부 보수언론이 수족관 감금 기간이 길다는 것을 가지고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인간적 절차'로 인해 감금 기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것에 대해 동물,환견단체는 안절부절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과학적으로 기록된 것은 단 두 건의 야생방사뿐이었다. 오히려 이 사건은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야생방사는 제돌이를 위한 것인가? 정치인을 위한 것인가? 과학자를 위한 것인가? 혹은 NGO의 성과를 위한 것인가? 야생방사 적응 훈련을 받는 제돌이의 몸을 통해 인간들의 다양한 욕망이 투과되고 있었다. - page 274 ~ 275


책 속에선 '돌고래'를 주제로 다루었지만 그 외에 수많은 동물들도 이런 인간적 절차로 인해 그들이 누려야할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더구나 '돌고래'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없으면서 그저 상업적으로 그들을 이용하고 뒤늦게 그들을 위한 일이라며 행하는 우리의 모습.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서 읽는내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그토록 '복지'를 외치고 '인권'을 떠들어댔는데 과연 동물들이 그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였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이윤의 수단으로 삼는 데서가 아니라 서로 갈 길을 가도록 무심하게 놔두는 것 말이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잘 사는 방법이다. - page 388

그들에게 외쳐봅니다.

너무나 미안했다고......

앞으론 너희들도 너희의 생활터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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