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바바리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3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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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단어.

바바리맨.

어느 여고에나 있을듯한 이야기, 바바리맨의 등장.

제가 다닌 곳에서도 어김없이 '바바리맨'의 이야기는 있었고 몇몇은 목격을 했다고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고시절에만 있을 법한 이야기!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헬로 바바리맨』 

성인이 되고 간만에 듣게 된 '바바리맨'.

그에 대한 이야기는 그닥 좋은 이야기가 없을 듯한데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니 놀라움을 간직한 채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었습니다.

'청소년 문학'이라하면 왠지 성인이 읽기엔 조금 쉽고 유치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이 책은 제가 그런 선입견을 깨 주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 보다는 어른이 읽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이 책을 계기로 보다 다양한 연령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가지게 되어 좋았습니다.


책의 이야기는 '동현'이라는 소년의 시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이지만 너무나도 성숙한 아이.

동현이에겐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의 슈퍼에서무협지물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느닷없이 '바바리맨'이 되면서 시작된 아들의 걱정과 아버지의 활약상이 그려집니다.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 이 책.

책 속엔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면서 눈으로 읽고 입으로 되새겨 외치며 곱씹어보곤 하였습니다.


책 속의 인상깊은 문장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늦둥이인 삼촌을 어릴 때부터 내 강아지, 내 강아지 하며 키웠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커서 이렇게 개 같은 인간이 되고 말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절대 틀린 게 아니라니까. - page 17 ~ 18

이 문장을 읽으면서 키득키득~


"제가 보기에는 바바리맨이 아이들의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알고 보면 참 불쌍한 애들이죠. 하루종일 닭장 같은 곳에서 0교시 보충수업부터 시작해 야자까지 소화하고, 거기에다 학원도 가야 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졸업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학교가 직장으로, 야자가 야근으로, 내신은 인사 고과로 바뀌는 거죠."

(중략)

"그런 아이들이 바바리맨 얘기를 하며 생기와 활기를 찾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미국엔 슈퍼맨, 배트맨 같은 맨도 참 많은데, 우리나라엔 그동안 변변한 맨 하나 없었단 말이지요. OECD 가입국가도 됐겠다. 이젠 맨 하나 있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미국에 슈퍼맨이 있다면 대한민국엔 바바리맨이 있다!" - page 72 ~ 73


"있잖아, 너처럼 노력하다가 꿈을 못 이루면 어떡해? 실패하면 어떡하냐고."

(중략)

"실패해도 상관없어."

(중략)

"그 실패한 인생을 사랑할 테니까. 나는 남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인생보다 내 자신이 사랑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내 자신이 사랑하는 인생...... 집을 향해 걷는 내내 강세나의 말이 귓가에 메아리쳤다. 마치 큰 펀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꿈을 생각할 때, 한 번도 사랑과 연관 짓지 못했다. 왜냐면 그렇게 말해 준 사람이 없었던 거다. 모두들 꿈이란 연봉이나 정년 보장, 혹은 사회적 지위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 page 78 ~ 79


"아줌마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세요?"

가만히 나를 건너다본 뒤에 아줌마는 명랑하게 대꾸했다.

"그럼, 사랑하지. 어디 사랑뿐인가. 증오도 하고, 원망도 하고, 분노도 하고, 때로는 불쌍해하기도 하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해. 그 모든 감정이 다른 게 아니거든. 사랑이란 커다란 줄기에 원망, 증오, 연민 같은 곁가지가 뻗쳐 있지. 그러니까 모두 사랑인 거야." - page 80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니, 굉장히 의미가 깊은 부분이네요. 본래의 자신이란 뭘까, 그것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도 들고요. 원래 인간이란 싫든 좋든 타인의 영양을 받으며 성장하고 살아가니까요." - page 94


"우리는 결코 진실의 전부를 볼 수 없어. 좀 전에 내가 말한 대로 모호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진실이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흐르는 강물과 같이 늘 변화하기 때문이야. 다만 찰나처럼 그 앞에 설 때, 그것은 우리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바꿔주지." - page 135


"인간도 마찬가지야.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오히려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받은 고통과 상처로 말미암아 세상과 타인을 깊숙이 바라보게 되는 거지. 바로, '외상 후 성장'이야." - page 167


바바리맨이 쓴 가이 포크스 가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가면은 현재에 이르러서 사회 정의를 주장하는 집회나 시위에서 많은 사람이 상징적 의미로 착용하는 것이라는데 우리의 '촛불집회'가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책 속에서도 언급을 하지만......)

진정한 영웅이 필요했던 우리에게 이번을 계기로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옳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소설, 『헬로 바바리맨』.

우리나라에도 진정한 '바바리맨' 영웅이 있었으면 합니다.

"흐흐.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는 법이지. 바바리맨에게 전해 주렴. 언젠가 세상이 잠잠해지면 다시금 짠, 하고 나타나 달라고." - page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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