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봄이 되면 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누군가를 기다리곤 합니다.

새하얀 벚꽃.

그리고 울려퍼지는 노래, <벚꽃엔딩>.

벚꽃을 맞으며 봄의 향기를 맡고 있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일본 동북지방 벚꽃여행 필독서!!

왠지 저도 봄을 맞이하면서, 벚꽃나무 아래에서 읽어야할 필독서임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벚꽃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책과 함께 일본 동북지방을 여행하고자 합니다.


 

 


역시나 일본소설의 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담백한 문체, 잔잔한 감동.

왠지 책을 읽을 땐 느낄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감성이 책을 덮으면 쓰나미처럼 밀려와 헤어나올 수 없게끔 하면서 다시금 책을 보게끔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봄'이 주는 기다림과 설레임, 아쉬움이 모두 담겨 있었기에 책을 통해서 봄의 향기를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일본 토호쿠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이 곳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문제로 알려지게 된 곳이기에 관광보다는 오히려 기피해야할 곳으로 인지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곳엔 사람들이 살고 있고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 누군가에겐 소중한 고향이 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더 그 곳에 대해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개의 단편 속 인물들은 우리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이 탄 기차, 신칸센이 그들의 이야기를 싣고 나르곤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유채꽃의 집>이라는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아무래도 공감대가 형성된 30대의 독신남 이야기.

그들도 친척들이 모이면 30대의 독신들에게 '결혼'을 재촉하는가 봅니다.

아무튼 '타케후미'는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사에 참석하거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10년이나 떠나 있으면 완전히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타케후미는 목 언저리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센다이가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 원래 살고 있던 주민 입장에서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조금 쓸쓸한 마음도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돌아오라며 말이 많았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자 집은 완전히 모습이 바뀌었고, 거리 풍경마저 낯설게 변해 가고 있다.

이미 자신에게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곳,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란 없어져 버렸는지 모른다. 산이나 바다처럼 변함없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지역이라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건물이나 사람처럼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애착의 근본으로 삼으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 page 102 ~ 103

저에게 고향이란 어떤 곳인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계신 곳, 언제나 손주들을 위해 반갑게 맞이해 주신 곳.

그곳이 변한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이겠지라는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고향에서 옛 생각에 잠기며 돌아가는 길목에서 다시금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다 결국 엄마랑 닮았더라. 엄마는 항상 우리들 모두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었지만, 난 항상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다들 똑같아.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제멋대로인 데다, 남들이 하는 말은 전혀 안 듣는 거. 오빠도 말이지, 무의식적으로 엄마랑 전반대인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했고.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의 좋은 부분도 나쁜 부분도 전부 다, 엄마랑 아빠에게 물려받은 거야. 너무너무 싫었지만,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강한 성격 덕분에 난 지금까지 남들에게 지는 일 없이 모모카랑 잘 살아왔던 거라고 생각해." - page 132 ~ 133

많은 생각이 들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여운.

녹색과 노랑의 화려한 꽃봉오리를 한 입 가득 밀어 넣었다. 쌉싸래한 봄 향기가 코를 따라 지나갔다. 어머니도 불단 위에서 시들어 버린 동백꽃을 안타까워하면서 이것을 먹었음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이런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기를 반복해 가리라. 언젠가 열반의 길에 들어 만날 때까지.

유채꽃이 담긴 접시를 조금씩 비워 나가며, 타케후미는 캔에 남은 맥주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 page 134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어디로든......

이 책을 들고 가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저를 기다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 곳이 나의 고향, 나의 가족......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니 더 이 소설의 여운이 가슴에 메아리처럼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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