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꼭 소장을 해서 읽곤 하는데 이번에 이 책은 저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의 책들은 고양이와의 동거이거나 길고양이의 일상 등을 담아내곤 하였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별의 슬픔보다

함께 있어 행복했던 순간이

더 소중하기에......

앞으로 다신 없을 142개월간의 이야기

언젠간 이별을 해야하겠지만 너무나도 짧은 인연이었던 고양이, '초지로'.

책 표지의 고양이가 창밖을 바라보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프롤로그>에선 그들이 '초지로'와 '라쿠'의 첫 만남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컷을 키운 경험이 없어 얼룩무늬 아이인 '초지로'를 입양할지 망설이다 첫눈에 반하여 같이 살게 된 아이들.

암컷인 '라쿠'와 수컷인 '초지로' 남매는 서로 사이좋은 남매였고 언제나 저자를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고, 육아에 참여해 준 든든한 아군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지로에게 작은 종양이 발견되고 수술로 한 시름을 놓을 무렵, 변비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수술 후유증일까?

원인도 모르고 변비약을 먹이며 지켜보다 다시 찾아간 병원에선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항문 안에 아주 큰 종양이 있군요."

"여기 보이시죠? 이렇게 종양이 누르고 있어서 변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종양은 골반에 유착해 있는데......" - page 31

"종양이 아주 큰 데다 뼈에 붙어 있어서 수술로 제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대학별원의 담당 선생님은 그 뒤로도 여러 방법을 모색해 주었습니다. 외과 선생님과도 의논해서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만큼의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히 대규모 수술인 데다 종양 전부를 제거하는 게 아니었어요. 삶의 시간을 연장하는 데 지나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 최소 일주일은 입원해야 했고, 수술 중 상태가 나빠지면 안락사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내 앞에 놓인 현실은 너무나 냉혹했습니다. - page 33

너무나도 빨리 찾아온 이별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들 부부가 선택한 것은 수술 보다는 그저 집에서 편안하게 살게 하다가 보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시작된 초지로와의 시간들.


앞으로 얼마나 더 초지로와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초지로를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더 해 줄 수 있을까?

미지수였습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현실을 믿을 수 없어서 생각을 냉정하게 정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붕 뜬 심정으로 보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내 눈앞에는 기분 좋은 듯이 자고 있는 초지로가 있을 뿐입니다. 평온한 모습으로 보내겠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 보낼 각오가 된것은 아니었습니다. - page 37

책을 통해서 배우는 '이별'의 과정.

쉬히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직 저에겐 이런 경험이 없어서인지......

만약 나라면 어찌했을지 생각하는 것조차도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런 주인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천진난만한 초지로의 모습이 더 안쓰러웠고 점점 야위어가는 모습에 자꾸만 눈물을 훔치게 되었습니다.


짧기에 더 깊은 울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이 읽고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초지로를 떠나보내고 나서 놀러온 친구의 한 마디.

"실은 말이야, 요전에 초지로가 꿈에 나왔어. 아직 초지로가 살아 있을 때여서 말하지 못했는데, 초지로한테 부탁을 받았어. 너한테 '나는 정말로 행복했다고 전해 주세요.'라고. ...... 이제야 전하네." - page 104

이 말 한 마디로 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자신의 아픔보다 주인을 향한 마음.

서로의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곁에 머물러준 초지로.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때로는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생을 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과 무한의 애정을 가져다주고, 인간의 삶을 진심으로 풍요롭게 해 줍니다. 나는 초지로의 생애를 통해 그것을 배웠습니다.

이별은 정말로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가져다줍니다.

이별의 아픔과 함께 보낸 시간 동안의 행복을 저울에 달아 보면 분명 함께 보낸 시간의 행복이 더 무거울 겁니다. 그래서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즐거웠던 추억만 떠올릴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테니까요. - page 107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이별의 순간.

그래도 이별보다 행복의 순간이 더 많기에, 더 무겁기에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살아가는가 봅니다.

그때를 곱씹으며 떠올릴 수 있기에 너무 슬프더라도 희석시킬 수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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