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에게 - 추억을 깨우는 한 통의 편지
채하린 지음 / 일원리스트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편지'는 어색하지 않았었습니다.

어버이날이면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도 하고 짝사랑하는 이에게 작은 쪽지를 남기는 등.......

예쁜 편지지를 사게 되면 다음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하곤 하였는데 어느새 동네 문구점도 사라지고 SNS의 발달로 편지보다는 '까똑'을 보내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저 역시도 이제는 '편지'를 쓴다는 것엔 왠지 거창함이 느껴지고 비어있는 종이를 채우기엔 할 말이 없다고만 여겨지는데 그래도 괜스레 아날로그가 그립곤 합니다.

아마도 <응답하라>시리즈로 인해서, <토토가>로 인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이 책, 『서현에게』.

2005년 - 2006년, 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이야기

어느 새 10년이란 세월이 지난 요즘.

10년 전 그 시절 저 역시도 풋풋한 소녀였기에 이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들과 함께 그 시절을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천재작가 김우단'

'대한민국을 대표할 신인 작가'

이런 거창한 타이틀이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회피'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주인공, '김우단'.

그런 그가 2개월 계약직 선생님을 하기 위해 떠난 곳이 다름아닌 동창이었던 '모현태'의 집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들, 학창시절.

그의 작품 『서현에게』의 첫사랑, '금서현'.

서현의 첫사랑인 '현태'인 척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됩니다.

은근히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지만 그녀의 답장에는 그저 '다들'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집니다.

그녀를 좋아하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요즘 보기 힘든 풋풋함이 느껴졌었습니다.


책 속 그녀의 편지 중 인상깊은 문장이 있습니다.

네가 쓴 편지를 보다 보면, 불쑥 부끄러운 기분이 찾아와.

내가 그런 말을 했구나, 그때 내 모습이 그렇게 비쳤구나, 다르게 행동했으면 좋았을텐데...... 쓰다 보니 이건 부끄러움보다는 '후회'라는 감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내 모습이 객관적으로 다가오는 건 괴로운 일이야. 옛날의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신경 쓰고, 잘 보이고 싶어서 마음을 졸인들 이제 와 고칠 수도 바꿀 수도 없으니까.

혹시라도 이 편지를 읽고 너를 탓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자신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과거의 추억을 누군가가 간직하고 있다는 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일이니까. - page 198

우리가 기억하는 '추억'이라는 건 어쩌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것, 나만의 재해석으로 기억되는 것, 그래도 이런 것들이 있기에 과거가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보니 그가 『서현에게』란 작품은 공동작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만으로 그가 작가의 문단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자의도 아닌 타의도 아니게 다시금 보게된 자신의 작품.

서현은 자신이 썼던 부분은 완전히 지우고 그가 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것입니다.

그의 찌질한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만의 방식으로 전한 마음.

그리고 알게 된 이야기들.

마지막장을 읽으면서는 가슴 한 편이 왜 이리도 아려오는지......


책의 마지막 장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서현에게'의 뒷이야기를 여기에 쓸까 고민하다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charinrin)에 남깁니다. 혹시나 '서현에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보고 싶으시다면 잠시 들려주세요. - page 328

진한 여운때문이었을까.

아님 나만의 결론을 만들고싶어서인지 선뜻 블로그에 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그들의 이야기에 결말을 맺기 위해 한 번 찾아가봐야 겠습니다.

'편지'라는 매체.

또 한 번 매력을 느끼며 지금 펜을 들고 편지지에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음......

나를 지켜주고 믿어주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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