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소개글이 인상깊었습니다.

"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다."

저는 오히려 세월의 흐름에 맞서고 싶었습니다.

보다 젊게, 보다 활발하고 유쾌하게만 살고 싶었습니다.

그게 욕심이었나봅니다.

왠지 제 바람처럼 정신없이 살아가도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게 된 것입니다.

『무심하게 산다』

작가의 무심한 일상 라이프가 궁금하였습니다.


작가도 30대가 들어서고 서른다섯이 넘어도 몸에 큰 변화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서른셋에 복싱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하고 서른일곱에 러닝을 시작하자 젋을 때보다 체력이 더 좋아졌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40대가 찾아오면서 조금씩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나이는 서서히 신체적 변화를 가져왔고 예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의아해하지만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덤덤한 필체로 이 책을 써 내려갔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내가 모르는 나를 알다>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같은 세대인 지인이나 친구와 수다를 떨다보면 건강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등장할 때가 부쩍 잦아졌다. "나, 요전번에 처음으로 요산 수치가......"라고 말을 꺼낼라치면 "드디어 올 게 왔구나", "너도 다 늙었네"하고 이야기가 활기를 띤다. 이번에는 상대가 "감마 수치가 ......"하고 말을 꺼내면 그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난 58이나 나온 거 있지", "말도 안 돼. 잘못 나온 거 아냐?"하고 이 또한 대화가 화기애애해진다.

10년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단어가 모두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건강검진은 중년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최근 들어 종종 든다. - page 26

어릴 적엔 관심 밖의 주제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수다의 일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

아이러니하면서 한편으론 웃픈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나이 드는 것에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삶은 분명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일이지만 경험을 통해 현명해진다기보다 경험함으로써 '자제하지 않아도 무탈하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요리를 오래 하다 보면 어느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건 결점을 없애려 들기보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 page 69 ~ 70

나이가 들면서 변화되기 보다는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너그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실을 인정해서라기보다 아무래도 상관 없어서, 즉 무관심에 익숙해진다는 점이 조금은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어릴 적에는 그렇게 되고 싶었던 것이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서는 세월의 흐름을 막고 싶음을......

과거의 모습과 자꾸만 비교하면 자신에 대해 실망감만 든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며 오히려 그 속에서 지금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더 재미난 인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중년의 소설가가 마흔 넘어서 알게된 세상살이의 맛.

그리 달콤새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하고 깊은 맛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되뇌이며 음미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세월을 거스리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지금의 '나'를 발견하면서 세월의 흐름 속에 생긴 공백을 메워가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진정한 세상살이의 맛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