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흘러간 길 - 나에게로 가는 산티아고 순례길
김승미 지음 / 푸른향기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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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흘러간 길은 나에게로 가는 길을 비추어주었습니다.

저자 역시도 그러하다고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사춘기 시절 나는 몽상 속에서 비극의 여주인공이었고, 마침내 몽상과 현실이 뒤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나는 아무도 날 부르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나보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날 꿈속에서 나를 떠난 소녀는 그런 욕망을 품은 내면의 '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 속의 나는 황폐해진 껍데기 속의 나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그런 식으로 내 안의 나를 먼 곳으로 떠나보냈던 것입니다. - page 7 ~ 8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 제 이야기와도 같았습니다.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제 모습.

빈 껍데기만 존재하는 제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곤 하였습니다.

저자도 역시 그러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녀와 저의 차이는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의 유무였습니다.

미약하기만한 제 존재에 대해 그녀를 통해 조금이나마 성숙해지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덤덤하게 다가왔습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많은 고통과 치료로 인해 나약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최대한 감정이 배제된 채 이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 한 자 한 자가 제 가슴에 새겨들었습니다.

무심코 보게된 여행프로그램에서의 여성 순례자의 모습.

그 모습으로 순례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삶입니까? 죽음입니까?" - page 21

이 질문은 그녀 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돌멩이처럼 날아와 뒤통수를 쳤습니다.

내가 있는 이 곳.

진정한 삶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여행기를 읽으며 마치 동행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에서의 이야기들도 일상적인 대화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기교가 없었기에 가능한...... 그래서 이 여행길을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멈춘 시간, 영원히 기억할게>를 읽다보면 내 주변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그녀와 다른 점은 그녀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저는 제 사정에 급급한 나머지 미루게 되거나 무심히 흘려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온 제 삶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까미노는 제 안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떠난 순례의 길이었고 그 안에 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을 하고 너그러히 수용하는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이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모든 나는 내 안에 있음을. 나는 떠나갔고 떠나보냈으며, 그러나 나는 떠나가지도 떠나보내지도 않았음을. 나는 이미 죽었으며 나는 새로 태어났음을. 미완의 모습으로 살아왔던 나는 이미 모든 것을 갖춘 전체였고, 죽기도 하고 새로 나기도 합니다. 나는 내 안에 계신 완전하신 하느님을 느낍니다. - page 303 ~ 304

그녀가 자신을 찾아간 여행.

그 길엔 밝게 비추어준 별들이 있었고 그녀의 심신을 달래줄 이방인들이 있었고 그녀의 가슴 속에 그 분이 계셨기에 그녀가 진정으로 찾고자 했던 이정표를 향해 다가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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