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의 국경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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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만으론 이 책을 유추할 수 없었습니다.

유희? 국경?

하지만 책의 앞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은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갔습니다.

픽션의 세계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국경을 무시하고 낯선 나라를 방문하면 된다. 여권이 없어도 상관없다. 사랑이 어렵지 않듯 국경을 넘는 일도 생각보다 고단한 일은 아니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이카로스처럼, 그저 숲을 지나 국경선을 넘으면 된다. 백랍의 날개가 태양에 불타 버린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죽음이 운명이듯 추락을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는 인간이기에 항상 '자유'를 꿈꾸고 한정된 '현실세계'에서의 도피를 찾고자 '픽션'에 기대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국경'은 픽션의 세계처럼 꿈꾸던 세계인 듯 하였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였지만 그의 문체는 한 번 책을 펼치기 시작하면 놓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조금은 모호하면서 추상적인 듯하지만 결국은 독자들에게 상상의 나래 속에 빠지게 하는, 그래서 소설 속의 주인공에 몰입하기가 수월하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유희'.

그녀의 등장은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아닌 시어머니가 의도하는 이혼.

하지만 이혼에 대하는 태도는 실로 담담하였습니다.

'널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아.' 사랑하지 않아, 보다는 완곡한 표현이어서 유희는 그렇게 말했다. - page 22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이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러고나니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달콤한 사랑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무지와 오해로부터의 비난을 받기 시작합니다.

차갑고도 냉혹한 현실.

그녀는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진실한 사랑.

이 책은 여자 '유희'의 진정한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는 구절들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비극은 미래의 필연적인 불행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 page 16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없다(ou)와 장소(topos)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말이에요'

작가는 소설 『국경』에서 "희망이 있다면 노동자뿐이다"라고 썼다. 그것을 유희는 유토피아의 국경에 도착한 뒤 '희망이 있다면 민중뿐이다'라는 새로운 문장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희망이 있다면 사랑뿐이다. - page 338


'국경'이라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존재하지만 결국 현실과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사이에도, 심지어는 사랑과 이별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유희'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지금 우리의 세상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희'가 느꼈던 '국경'의 의미.

책을 덮으면서 저의 '국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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