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이어령' 선생님은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이 듭니다.

아무래도 최근에 그의 작품이었던 『언어로 세운 집』을 읽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시에 대한 그의 시선.

산뜻한 충격도 있었고 그로 인해 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시'라는 장르는 수능을 위해서만 공부를 했던 저에게는 왜 이제껏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는지에 대해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보자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보자기로 싸는 문화.

아마도 과거에나 있었던, 지금은 그저 선물포장에서 멋을 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략해버린 보자기에 대해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한글과 일어가 같이 존재하였습니다.

아마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 일본인들에게도 알리고 싶은가 봅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서 자라났기에 일본 보자기를 많이 사용해 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다른 한국의 문화가 담겨있는 보자기.

간략하게 보자면 일본에는 한국 서민의 생활용품이자 예술인 조각보라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신축성도 없고 대신에 브랜드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간략하게만 보았는데도 이미 보자기에 대한 의미 차이가 나는 일본과 우리.

그래서 그는 우리의 문화가 담겨있는 보자기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보자기'라 함은 가방처럼 '싸는' 이미지에 있었습니다.

가방 대용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는데 크게 보면 서양인과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과거의 한국, 중국, 일본처럼 보자기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문하는 '싸다'라는 코드로, 또 서양인과 근대인처럼 가방을 만든 문화는 '넣다'라는 코드로 그 텍스트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 page 27 

이 차이에 대해 저 역시도 별반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걸 깨 주었습니다.

즉 다음과 같이 해석을 해 주었습니다.

이 대립 항목에서 '넣다', '공동', '입체', '딱딱함' 등을 모두 모아 놓으면 '상자'가 되고, '싸다', '넓어지다', '평면', '부드러움'을 함께 묶으면 '옷'이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방 문화'는 상자를 그 원형으로 삼고 있으며 '보자기 문화'는 의복을 그 모델로 삼고 있다. - page 29

결국 우리네 보자기는 가방과는 근본이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보자기의 의미는 곧 '싸다'의 의미로 여러 방면으로 해석을 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방과 보자기의 대조적인 구조를 의자와 방석 사이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방은 무엇을 넣든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누가 앉아도 의자의 형태는 바뀌지 않는다.

미리 일정한 공간에 배치되어 사람이 그것에 맞춰 앉는 융통성 없는 응접실의 안락의자와 달리, 방석은 그때그때의 사람 수와 친밀도에 따라 '좌'를 만들 수 있다. 마주 앉을 수도 있고 둥그렇게 둘러앉을 수도 있다. 때로는 가깝고 때로는 멀다. - page 116-117

결국 가방과 의자가, 보자기와 방석이 의미상통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자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젓가락, 의자, 우리들의 음식까지도 점차 넓혀가며 우리 고유의 인문학적 소양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우리에게는 빠질 수 없는 김치.

그의 김치에 대한 언급은 마음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김치는 양자택일밖에 모르는 사람은 만들어낼 수 없는 맛이다. 그것은 날것도 아니고 불에 익힌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발효식품으로 문화와 자연의 조화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치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무리 솜씨를 발휘해도 자연의 재료에서 갑자기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치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지 않으면 그 맛을 볼 수 없는 음식이다. 김치의 맛은 기다림의 맛이며 타이밍의 맛이다. - page 156

우리에게서만 보이는 '적당'이라는 의미.

'그 상태와 목적에 알맞게 맞춰' 판단한다.는 그의 말이 우리의 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미덕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역시나 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한 가지에서 출발하였지만 결국 우리들의 인문학적 소견을 알려준 이 책.

그래서 많은 것을 같이 생각하고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와 같은 듯 다른 일본인들에게도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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