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 이 생이 아름답다 - 시로 쌓아 올린 천재 시인들의 풍류와 우정
칭란쯔 지음, 정호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쌀쌀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가을날!

왠지 '시'라는 장르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

제목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였습니다.

그대를 만나, 이 생이 아름답다.

책 속에는 두보, 이백, 왕유, 맹호연, 백거이, 원진 등 당시의 거장들이 그려낸 명작들이 작가의 문구와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게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다음과 같은 시가 있었습니다.

가을바람 맑고, 가을 달 밝은데,

낙엽 모았다가 다시 흩어지고,

까마귀 깃들었다가 다시 놀라 흩어지네,

그리운 이 다시 만날 날 언제인지?

이때 이 밤 그리운 정 가누기 어렵구나.

-이백, <세 자, 다섯 자, 일곱 자로 쓴 시>

이 시부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읽으려던 저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설사 시에 대해 해석을 하면서 읽기 시작하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이유는 저자의 쓴 이유보다 제 감성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두 명의 거장들이 우정을 바탕으로 하나의 주제 아래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남녀 사이의 감정보다 더 애틋하게 느껴지고 깊이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 어느 철학자가 말한 것에 동감을 합니다.

"애정이란 무엇인가? 두 영혼이 한 신체에 깃드는 것이다. 우정이란 무엇인가? 두 신체가 한 영혼을 갖는 것이다." - page 7

그들이 보여준 우정은 제가 알고 있던 우정과는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의 작품으로 인해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왕유와 배적>을 보더라도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며 쓴 시가 떠나려는 애인을 붙잡는 이보다 더 애절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헤어져서,

우리 서로 만나지 못한 지 오래되었네.

날마다 나는 샘물가로 가서,

우리 함께 손잡고 노닐 때를 항상 생각했네.

손잡고 노닐 때 본래 한마음이었거늘,

이제 다시 홀연히 헤어짐을 탄식하네.

그대를 그리워함이 지금 이와 같은데,

그리움이 깊지 않다는 말인가?

-왕유, <배적에게 주다>

<백거이와 원진> 역시도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쓴 시를 읽다보니 어느새 저 역시도 감정이 이입되어 애잔하였습니다.

책 속의 문장 중 제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생토록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인생 최대의 행복이다. 그는 완전무결한 사람도 아니고, 당신의 남편이나 아내, 부모형제도 아니지만, 그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고 당신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당신의 마음속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당신은 그의 앞에서 마치 하나의 투명한 물체와 같아, 그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다." - page 170

복잡하고 빠르게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저 역시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혼자만 생각하기에도 급급하였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잃어버렸던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사람의 마음.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시간이 흘러도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들을 통해 마음의 풍요를 느끼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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