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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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책들은 제주에서의 '여행'과 관련된 것이었기에 낭만만이 가득하였습니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이 제주에서의 행복한 삶에 대해서만 비추어지고 있어서 왠지 서울에만 살고 있는 저에게도 '제주'라는 이미지는 외국같은 우리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말을 합니다.

이 책은 제주 게스트하우스 창업기도, 제주 정착기도 아니며 친절한 여행 안내서는 더더욱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제주로망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환상제주를 설파하느라 위선과 가식을 떨고 싶지는 않다. 자연의 품이라고 해서 안 먹어도 배부를 리 없고, 못 벌어도 쪼들리지 않을 리 없다. 그리고 가장의 경제적 무능력이 합리화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page 7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고 자란 곳이 시골이었던 저자는 그 생활이 지긋지긋하여 도시로 향했지만 현대인의 축 쳐진 어깨와 함께 일하는 로봇으로만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다시금 찾은 곳이 제주였기에 공감이 갈 것 같았습니다.


책의 저자 부인은 저와 같은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천상 도시녀, 제주에선 절대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부인!

고심 끝에 내놓은 타협안은 제주에서 2년만 살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의 생활 시작은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집값도 많이 올라 오죽하면 '개념 없고 정신 나간 육지것'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로망이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저자는 정남향의 농가주택을 구하였고 점차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치고 작은 상처 하나 없기도 불가능한 것 같다. 무언가의 결핍이 가져다주는 분노, 공포, 시기, 질투, 원망 등에 대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한다 해도 그건 인간에 대한 일차원적인 이해에 불과할 뿐이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받았다. -page 87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건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흘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지 2년 째가 되었을 때 우울증과 염증으로 휴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참에 저자도 부인이 다시 도시로 가자고 하면 갈 태세까지 보였는데 부인은 2년 새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있잖아. 내가 살던 곳이 맞을까 싶게 도시가 어색하더라. 사람들은 바쁘게 갈 길을 가고, 나만 혼자 나무에 몽우리가 올라오는지 하늘에 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면서 느릿느릿 가고 있더라.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는데 빌딩만 있는 게 어색하고, 눈이 미친 것도 아닌데 빌딩 사이로 매일 보던 당근밭이나 삼나무 숲이 겹쳐 보이는 거야. 그러다 문득 겁이 났어. 도시가 내가 돌아올 곳이 아니게 되면 어쩌지? 도시가 낯설어지면 나는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해?" -page 259-260


이렇게 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제주에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안정을 찾은 이유로 그들은 제주에서의 삶을 지속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부인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평범하게 도시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이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점차 커지게 된다면 저도 이 저자처럼 할 수 있을지 제 자신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제주생활에 작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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