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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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늘 어떤 방식으로든 '아름다움'을 좇고 있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였습니다.

예쁜 옷을 사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예쁜 물건이 보이면 구매하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는 등...

이렇게 보니 우리는 다양한 미적 취향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름 아닌 '구매'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비주의 사회가 낳은 아름다운 물건들 뒤에 어둡고 추한 이면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익숙한 부패의 그림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다고 부르던 것들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화려한 물건들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어두운 욕망을 찾아 떠나는 가장 진실된 여정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이 아름다움을 낳는다"

소비주의 사회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상품화했고, 상품화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대가를 누가 치렀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 욕망의 밝은 면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케이티 켈러허'는

많은 아름다운 물건들이 인간의 어두운 욕망으로 탄생했고,

어쩌면 바로 그것이 아름다움의 본질

이라 말하였습니다.

아름다움의 역사이자 곧 욕망이 만들어낸 추한 역사.

책에서는 거울, 꽃, 보석, 향수, 실크 등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근현대 소비주의 사회를 움직여온 아름다운 물건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전달하는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마녀가

'거울아 거울아'

외친 '거울'이었습니다.

각종 신화·소설·영화에서 '진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도구로 쓰였던 '거울'.

하지만...

중세 시대 거울은 장인들에게 더 깊은 광택을 내기 위해 수은을 사용하면서 수은 중독이란 치명상을 남겼고

프랑스 왕실과 베네치아 정부는 거울 제작술을 독점하기 위해 거울 제작자들을 두고 잔혹한 살인극을 벌이기도 했으며

외모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인 집착과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조용하고 은근한 고통까지...

우리는 거울이 속임수이자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임의적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거나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고장 난 시스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거울의 가장 추악한 점일지도 모른다. 거울은 개인보다는 사회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 page 44

그리고 이어진 '' 이야기.



꽃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공감하는 대신에 꽃을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만들고,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을 수치심의 근원으로 만들어버렸다. - page 53 ~ 54

19세기 서구권에서 '난초'가 유행했는데 난초의 '유순함'이 여성의 '수동성'의 은유적 표현이었기 때문이고

『꽃의 은밀함』의 저자 에이미 스튜어트는 저서를 통해

"한편으로는, 화훼 농장에서의 노동은 저임금의 고된 노동이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것은 더 좋은 꽃을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려는 미국인들을 위해 수명이 짧은 사치품을 생상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일자리가 필요하다."

며 꽃 산업을 거의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꽃에 대한 자신의 "지저분한" 사랑을 인정한다고 한 점이 꽃에 대한 그동안의 관념을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알게 되었던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보석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여성들의 '화장품'은 여전히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향수'는 사향고양이와 고래를 비롯한 포유류가 잔인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어진 사치품이었고, 금기시되는 인간의 은밀한 성적 욕망과 관련 있었음에

<여성과 벌레>에서 이야기한 속살처럼 부드럽고, 희미한 무지갯빛을 띠며, 관리가 까다롭고, 얼룩이 생기면 잘 지워지지 않는 '실크'



봄빅스 모리라는 나방 종의 대량 살상으로 얻어지는데

누에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생물을 산 채로 삶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수많은 의심스러운 일의 목록에서 이것은 낮은 순위에 속한다. - page 252

또한 오랫동안 상류계층의 특권을 상징하는 '과잉'의 역사를 대표한 실크 산업

파시즘과 백인우월주의가 추구하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억압적인 도구가 된 순백색의 '도자기'

압도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주지만 다양성을 배척하고 억압하는 규율과 관련이 있으며 만성적이고 심각한 폐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대리석 건축물' 등

마냥 아름답다고 여겼던 것들의 이면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보다 더 모순적일 수 있을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저자가 건넨 이 말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고통을 목격하고 심연을 응시하는 데에서 오는 도덕적, 육체적 혐오감을 넘어 수용의 느낌, 어쩌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page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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