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감각적이고, 무엇보다 에로틱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그가 현실 세계는 거의 다루지 않고 우화, 초상화, 풍경, 에로틱한 인물들에 관심을 가졌는데 무엇보다 아름다움이 가장 우위에 있는 세상을 창조하고자 한 그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포스트모던의 삭막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풍족하고 여유로운 어떤 세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기존의 둥근 몸과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전통적인 19세기 아카데미 스타일과는 다르게
긴 머리를 풀고
가늘고 유연하며
매혹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위협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이는 은폐되고 억압된 당시 사회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그의 성에 대한 집착과 자유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의 채색화에서는 나체나 섹슈얼리티가 장식과 옷감에 묻히고 갇히는 바람에 부분적으로만 보이지만, 그의 드로잉에서는 에로티시즘이 만개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드로잉에는 시간적 또는 공간적 맥락 없이 옷을 벗은 채 스튜디오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여성들이 그러져 있는데 입체감이나 명암 처리 없이 오직 윤곽선만으로 그렸으며 거의 언제나 투시, 단축, 왜곡 등의 기법을 사용해 그들의 성기나 가슴에 초점을 뒀습니다.
클림트 작품의 특이한 점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확실히 찬양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을 함께 보여줄 때는 일종의 거리감, 즉 남녀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클림트의 <키스>에서 남자는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 닿기 어려워 보인다. 남자는 여자를 꽉 움켜잡고 다가가지만, 결국 절망적인 태도로 그녀 위에 기대어 있을 뿐이다. 이 장면에서 남성은 필사적으로 여성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한편 여성은 겉으로는 포옹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남성이 접근할 수 없는 조용하고 독립적인 세계를 갖고 있다는, 클림트의 남녀관을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 page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