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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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9월부터 쉼 없이 달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쉼이 필요했습니다.

나름 책 읽는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기대고 싶은...?!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보아도 좋은 명화들.

그 명화들에 마음을 기대어 보려 합니다.

"진정한 명화는 미술관이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실레, 르누아르, 함메르쇠이, 뭉크, 고흐...

내 삶의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명작과의 대화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너무 좋은 말이 있었습니다.

미술 감상을 하는 것은 사랑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랑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 곧 교감을 통해 사랑은 실체를 드러냅니다. 미술 감상도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교감을 통해 그 진정하나 의의와 가치를 드러냅니다. - page 17

볼수록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

사랑의 지평이 열리듯 그렇게 미술 감상을 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명화 감상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사랑, 일상, 고독, 죽음, 희망이라는 우리 삶과 밀접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스물다섯 편의 '그림 대화'를 통해 빛바랜 일상에 나만의 색깔을 새로이 발견해 활력의 계기가 되도록 해 주었습니다.

저에게 강렬한 그림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화가.

성과 죽음의 화가 '에곤 실레'.

그의 예술은 갑자기 활활 타오르다가 금세 사그라지는 종잇장의 불을 떠올리게 하는데...

성을 향한 뜨거운 열망과 뒤이어 다가오는 죽음의 차가운 침묵.

'발부르가 발리 노이칠'과의 관계에서 그런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게 됩니다.

원래 클림트의 모델이었는데, 그에게 소개받아 실레의 모델이 된 발리.

1912년 이른바 '노이렝바흐 사건'으로 24일간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실레는 발리가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라 여겼었지만...

몇 년이 지난 1915년, 실레는 자신의 배우자로 발리가 아닌 에디트 하름스라는 여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토록 '야한 그림'을 무수히 그리며 당대의 윤리관과 사회질서에 격렬하게 부딪혔던 화가가!

그런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계층의 여성과 결혼했다!!

정말 의외의 일이었는데 발리와 헤어진 직후에 그린 <죽음과 처녀>.



그림에서 처녀는 발리이고 죽음은 자신을 표현하였는데 마치 곧 다가올 두 사람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실레는 이렇게 죽음에 의해 끝이 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렸는데...

그런 그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1912년 노이렝바흐의 감옥에서 실레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예술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최후까지 견뎌낼 것이다." 한순간의 불꽃처럼 짧은 사랑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뜨거운 사랑이었습니다. 우리가 실레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그림에 이런 삶의 굴곡진 행로와 고통, 애상이 무척이나 솔직하고 아프게 어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page 92

그의 순수함이,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느껴지면서 실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울림을 주었던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



반전 예술가로 꼽히는데 이유는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들과 손자가 세계대전에 희생되어 그녀의 목소리가 누구보다 진솔하고 강력한 힘과 권위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1차세계대전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며 전선에 뛰어들었던 둘째 아들 페터.

불과 입대 20일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렸는데 이 이름을 이어받은 첫째 아들의 아들, 그러니까 손자 페터도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징집되어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됩니다.

전쟁에 대한 콜비츠의 증오와 원한은 목판화 연작 <전쟁>을 제작하게 됩니다.

특히 부모 주제를 벨기에 블라드슬로의 독일군 묘지를 위한 기념 조형물에도 활용하게 되는데

이 조각의 어머니 상을 보고 있으면 콜비츠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어머니로서 그 슬픔을 여전히 놓지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콜비츠는 "우리의 삶에는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라며, 그 상처를 "결코 아물게 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 page 263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언제쯤 이 고통에서, 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림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이 우리 마음에 와닿을 때 비로소 그 작품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우리와 대화하기를 기다리는 미술을 향해

이제, 우리가 페이지를 넘길 차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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