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골동한 나날 - 젊은 수집가의 골동품 수집기
박영빈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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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스로를 '골동 덕후', '프로 골동러'라고 부르는 한 젊은 수집가가 있었습니다.

SNS(구 트위터)에서 '연근들깨무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저자 '박영빈'.

왜 하필 골동에 빠졌을까?

골동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낄까?

그가 전하는 골동의 '매력'과 '아름다움'이 궁금했습니다.

"굴러다니는 골동들 사이에서

오늘도 나는 이리저리 뒹굴어 본다."

골동골동한 나날



당이나 송대의 글에 고미술에 관한 감정론이나 감상법을 설명하는 글이 나오고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어떻게 가짜 골동품을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고

시쳇말로 한국전쟁 때도 안 망한 장사가 골동 장사란 소리가 있듯

골동품을 수집하거나 감상하는 것이 꽤나 깊은 역사를 가진 취미인데...

왜 골동품이 사람들에게 낯설게, 또는 어렵게 느껴질까...?

여러 TV 프로그램이나 미디어 등에서 옛 골동품이 이렇게 비싸다더라, 저렇게 귀하다더라, 부자들이 골동으로 투자나 축재를 한다더라, 집에 있던 고물이 알고 보니 보물!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다 보니 '골동 수집=부자 취미'라는 이미지가 더해진 것이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골동을 어렵게 보게 된 이유인 것 같다. 또 처음 진입하기에는 기초 정보나 자료가 잘 없는 어려운 장르라는 점도 평범한 취미로 인식되지 못하는 이유로 한몫할 것이다. - page 11

하지만 저자에게 골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상을 함께하는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실사용할 수 없으면 들이지 않는다.

고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대접이나 잔, 접시를 실제 식기로 사용하고, 조선, 원나라, 심지어 당나라 때 촛대나 향로, 화병과 같은 물건들도 실제 사용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실사용 하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일단 진품이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 만든 가짜(재현품)도 OK.

그게 가짜라는 것을 내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이러한들 어떠하리 저러한들 어떠하리, 쓰기만 좋으면 그만인 것을! - page 257 ~ 258

지금 만들어진 가짜나 재현품들이 몇백 년이 지나 그 나름의 골동품으로 대접받을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 page 264

또한 실사용을 위해 수리도 감행하는데...

이런 점에서 수리를 마치고 다시 바라보게 되는 기물들은 참 각별하다. 수리를 통해 온전한 모습을 찾는 것을 보면 기물에 새로운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불완전한 것은 불완전한 대로의 맛이 있으니 그냥 두어도 좋지 않나 하지만, 그래도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기물들을 보면 마치 그것들이 나에게 "나는 이제 준비됐어! 이제 다시 가보자!" 하고 말을 거는 것 같다. 본래의 옛 모습과 새롭게 수리된 부분이 어우러지는 조화의 미가 또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수리된 부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용되면서 다시금 세월의 흔적을 남겨가는 모습이 기대될 따름이다. - page 289

그의 골동품을 대하는 자세를 보자면 옛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더해져 나만의 '보물'이 되어감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수집가의 자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골동을 곁에 두고 산다는 건,

골동골동한 나날을 보낸다는 건,

단순히 옛 물건들을 진열해 두고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다.

기물들이 현대의 일상 속에 사용되며

나와 같이 호흡하는 시간들을 두고

나는 골동골동한 나날이라 부른다.

빈티지와 골동.

이 기준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세세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보통 100년 이상 넘어가면 골동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기준은

100년 이상은 골동,

30년에서 50년 이상은 빈티지,

그 이하는 신작

이라 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골동 쪽에선 이른바 '고태미'라고 부르는 세월의 흔적들, 또 그 물건들이 전해오는 동안 거친 사람들이나 이야기들이 옛것을 계속해서 찾게 만든다고 하니...

이 세계도 들여다보면 볼수록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씁쓸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하루는 중고장터 앱에서 대나무발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한국 대나무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얇은 죽사, 즉 대나무 살과 거북 등처럼 생긴 육각형 귀갑문이 뚜렷했고

발의 테두리를 마무리하는 파란색 비단은 찐 명주로

예사로 봤는데 생각보다 고급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검색을 하던 중 대나무발은 한국전쟁 직후 현존하던 죽렴 기술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장인으로 이름 높았고, 발에 글자나 무늬를 더 다양하게 놓으셨던 김두옥 장인의 작품이었던 겁니다.

그의 기사를 보니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에서 김두옥 장인도 일손을 놓은 지 5년째이고, 만드는 사람이나 물건이 나가는 일도 점점 줄고 있어

"150년 전통을 10년도 못 가 깡그리 잃겠다"

는 한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서 이제 손으로 죽렴을 짜는 사람을 박성춘 선생님뿐.

따로 뒤를 잇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며 이제 당신이 떠나고 나면 담양엔 발 짜는 사람이 없다는 말씀이...

(덧붙인 이야기에서 다행히 죽공예가 한 분이 선생님을 찾아가 죽렴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전통이, 무형문화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저 또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림의 묘미는 단지 잘 알거나,

아끼기만 하거나, 보기만 하는 껍데기에 있지 않다.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조선시대 정조 때의 문인인 저암 유한준이 지인인 석농 김광국이 만든 화첩인 《석농화원》에 쓴 발문에 있는 말이라 하였습니다.

덕분에 골동의 매력을,

수집가의 태도를,

배웠고

저도 소소히 수집했던 것들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야겠습니다.

그래서 인형인형한 나날을 보내볼까 했지만...아직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 좋...........

저는 아직 미숙한 단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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