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2일 금요일
나는 교회의 뒤쪽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여기 발코니석에서,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곳에서. - page 11
한 여인이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레더 엘리자베스 버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관 속에 누워있고, 두 아들이 슬프게 흐느끼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인은 그늘 속에 몸을 숨긴 채 애써 눈물을 삼킬 뿐입니다.
그리고 다짐을 하는데...
꼭 돌아갈게.
꼭 돌아갈게.
시간은 거슬러 2013년 7월 12일 금요일.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헤더.
결코 남편을 들들 볶고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그런 아내가 되고 싶진 않지만 최근에 야근이 잦은 리엄.
늦게까지 일하는 게 리엄이 하는 일의, 그가 하겠다고 나선 일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지만...
꼭 매번 그래야만 할까? 금요일 밤까지?
저녁 9시 31분.
거실에 들어선 리엄이 바닥에 서류가방을 툭 내려놓고 정장 상의는 의자 등판에 걸었습니다.
흰 셔츠는 주름졌고 넥타이 매듭은 밑으로 늘어졌으며 낮동안 자란 수염이 그의 힘 있는 턱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는데 그에게서 낯선 냄새가 납니다.
뭔가 달콤한?
"그게...... 동료 한 명이 나한테 비밀을 털어놓았어." 적절한 단어를 찾는지 잠시 멈췄다. "하원 의원의 행동 강령 위반이 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국회 의사당과 총리 관저 등이 위치한 곳으로, 영국의 의회와 정부를 가리킨다-옮긴이)에서의 범법 행위가 될 수 있는, 정말 심각한 일에 대해서 말이야. 그 친구가 극도로 걱정하고 속상해하는 거야, 뭐가 최선일지 모르겠다면서. 나는...... 그 친구를 위로해주고 있었어."
여전히 남편의 말은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지어내는 것처럼 들렸다.
"위로해주고 있었다고?"
"응."
"테라스 파빌리온에서 연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다른 의원들 수십 명에 둘러싸여서?" - page 33
더 이상의 논쟁은 하기 싫었기에 자리를 뜬 헤더.
다음 날 아침, 너무 버겁고, 너무 힘겨워 일어나기조차 힘든 헤더는 그만...
그대로 멈췄다. 한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터지려는 비명을 막았다.
리엄의 흰색 티셔츠가 검붉게 얼룩져 있었고, 몸 아래로 시트와 소파, 쿠션들이 어두운 빛깔의 끈적이는 무언가로 흠뻑 젖어 있었다.
티셔츠 복판에는 거칠게 찢긴 단 하나의 자국이 있었다. 흉곽 위로, 상처 주위로 엉긴 피는 검정에 가까웠다.
피였다. 피가 정말 많았다. - page 40
하룻밤 사이에 살인자로 몰리게 된 헤더.
10년 후 가석방으로 풀려나지만 '남편 살인자'라는 낙인은 여전하였습니다.
시부모는 헤더의 두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스코틀랜드 변방으로 쫓아내려고 하지만, 헤더는 돌아가신 어머니 유품에서 찾은 자료를 단서로 전직 기자 '오언 태너'를 만나 애초에 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하면 할수록 협박에 테러까지.
결국 경찰에 수배된 상태에서 오언과 연락이 끊기고 자신을 도와주던 같은 방 동료였던 조디마저 떠나보내게 되자 헤더는 최후의 도박을 벌이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헤더는 짜릿한 복수를 이뤄내고 자신의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언가가 계속해서 내게 되살아나고 있다. 밤에 누워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늘 떠오르는 두 어절. 얼마 전에 들었던 두 어절.
돈을 따라가라. - page 396
솔직히 생각지 못했던 반전에 마지막으로 갈수록 얼이 빠졌었습니다.
그리고
늘 범죄 그 자체보다 은폐가 더 나쁜 법.
이 말이 이 소설을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모로 일하던 영국인 루이즈 우드워드가 돌보던 아기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한때 영미 양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되었다고 합니다.
'음모의 덫'에 걸려 살인자로 낙인찍힌 여자.
여성 용의자를 선정적으로 다루는 언론과 가정 폭력을 좁은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경찰을 비판하는 동시에 잘못된 재판으로 철저히 파괴된 한 사람의 인생.
이는 우리의 시선이었고 잘못이었으며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그녀.
지금 우리 주변에도 있지 않을까...
그녀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