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 화가 - 보이지 않는 본질을 끝끝내 바라보았던 화가들의 인생 그림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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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보는 사람'이었다

모네의 수련, 드가의 발레리나, 고흐의 해바라기와 사이프러스,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 프리다 칼로의 드레스와 몸, 조지아 오키프의 뼈...

무언가를 끝끝내 바라보고 응시한 끝에 쥐어 잡은 붓끝에서 수백 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명화의 탄생.

그때,

화가들은 무엇을, 왜 보았고, 그들이 본 것은 어떻게 작품이 된 것일까?

그리고 그 작품들은 어떻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오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다고 하였습니다.

작가와 함께 화가들의 '그날, 그때, 그 순간'들을.

저도 좇아보려 합니다.

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것,

세상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보는 사람, 화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화가가 '보는 사람'이듯이, 그림을 보는 우리 역시 '보는 사람'이다. 화가들의 시선이 머물던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천재적인 영감과 탁월한 안목이 아니었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간절하게 바라보고 찾으며 매일같이 그림과 마주하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끊임없이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가 예술가를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 쌓아온 것들이 예술가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이 점이 우리에게 특별한 통찰을 준다. 치열하게 바라보며 힘껏 살아낸 순간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한 곳으로 옮겨놓는다. - page 9

화가는 그리는 사람이기 전에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대상과 세상을 똑바로, 진실되게 보려고 노력한 사람들.

그들의 작품은 우리를 집요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쳐놓은 그 시간, 그곳으로 불러들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보는 우리.

한 예술가의 삶을 응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보는 행위'로부터 우리는

예술은 바라보고 감탄하고 해석하며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

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네의 <수련>을 볼 때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만 눈길이 <수련>에 머무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

<수련> 앞에 서면, 화가가 눈을 잃어가면서도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명징하게 다가온다. 그간 보이지 않던 색으로 세상이 물들고 시야가 흐려지더라도, 모네는 끝까지 자신의 눈으로 보려 했고 그렇게 본 것을 그렸다. 하늘도 땅도 구분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물 위의 환영은 이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의 혼돈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눈은 그 혼돈 속에서 고유의 질서를 찾아가는 색채들을 포착한다. 이것이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것도 깨닫는다. - page 35

"나는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외엔 다른 소망이 없고,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것 외에는 다른 운명을 바라지 않네. 자연의 위대함, 그 힘, 그 불멸성 앞에 인간은 가여운 원자에 불과하다네."

_클로드 모네가 친구이자 비평가인 귀스타브 조프루아에게 보낸 편지(1909)

이 시대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자연의 역공에 맞닿아 있는 작품으로서 21세기 무대에 다시 등장한 <절규>.

<절규>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와 혼란과 각성은 팬데믹을 거쳐 포스트 팬데믹을 통과하는 지금과도 여실히 맞닿아 소환되는 화가.

에드바르 뭉크.

그의 그림을 접하면 감정적 혼란과 심리적 충격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것이 예술가의 심혈인 까닭이라 하였습니다.

"나는 예술로 삶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자기의 심장을 열어젖히는 열망 없이 탄생한 예술은 믿지 않아. 모든 미술과 문학, 음악은 심장의 피로 만들어져야 해. 예술은 한 인간의 심혈이야!"

인생이 불안으로 가득하고, 행복에 이르기도 전에 좌절과 공포로 끝나게 될지라도. 상처 입을까 벌벌 떨다가도 초연한 척하고, 누군가를 겨냥하며 죽일 듯이 벼르다가도 용서를 구하며 지질하게 구는 뭉크의 그림은 어쩌면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 page 121

지속적으로 파고들었던 삶의 본질.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불꽃같은 의미를 찾으며, 스스로 불안과 불행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람.

책을 읽고 난 뒤 그의 다른 작품들이 가슴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어린 왕자』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이 초고는 어떻게 우리에게 왔을까...?

예술은 허무하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얇은 종이 위에 그려진 가느다란 펜 드로잉을 소중하게 간직한 사람들이 있었고, 가치를 알아보고 비용과 기술을 들여 수집하고 보존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 앞에 불멸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행성 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들을 어떻게든 지켜오는 그 마음이, 어떻게든 기억하겠다는 의지가 예술의 생애를 무한하게 만든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명제는 온 마음을 다해 지키는 사람들이 전제가 된다. - page 331

이것이 예술이 진정성을 갖는 과정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가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었듯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치열하게 바라보며 힘껏 살아낸 오늘 하루가 내 삶을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

을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오늘 하루가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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