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온 편지
찰스 디킨스 외 지음, 홍수연 외 옮김 / B612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머와 재치 그리고 비애를 적절히 혼합해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이 소설을 덥석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이 소설은

찰스 디킨스윌키 콜린스의 콜라보 추리소설!

이라 하였습니다.

윌키 콜린스...?!

솔직히 몰랐었는데 그는 『흰옷을 입은 여인』, 『월장석』 을 비롯한 다수의 소설을 남겼고, 『월장석』 은 현대 추리소설의 시초이며, 현대 추리소설의 기본 규칙을 확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니... 이리도 대단하신 분이셨다니...!

이렇게 또 한 분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두 거장의 콜라보 추리소설!

잔뜩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아직 현대 추리소설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시기,

영문학의 두 거장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는

지워진 편지 속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낼까?

사라진 5백 파운드의 행방을 찾아라!

바다에서 온 편지



책장을 열어보니 두 거장이 주축이 되어 여러 작가들이 공동 집필한 작품이었습니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

사실 『바다에서 온 편지』 의 영문판은 무수히 많은 해외 출판사에서 발행해 판매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원본에서 3장과 4장을 뺀 1, 2, 5장만을 책에 싣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온전히 디킨스가 쓴 글만을 선별해서 출간하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는데...

하지만 이 책은

국내 최초 완역본!

이라는 것.

그래서 더 의미 깊었습니다.



치렁치렁한 푸른색 코트와 푸른색 바지를 입은 조르간 선장.

선장은 자신의 길고 치렁치렁한 푸른색 코트 가슴팍에 난 깊은 주머니에서 단단한 사각병을 꺼내게 됩니다.

그리고 운을 띠우는데...

"고향으로 향하던 내 마지막 항해에서." - page 30

남미에서 리버풀로 향하는 마지막 항해에서 거센 폭풍을 마주하게 된 그.

폭풍에 실려 표류하고 또 표류하던 중 어떤 섬을 마주하게 됩니다.

섬을 탐색하던 중 바깥쪽 암초 안 해초 더미 속에 병을 발견하게 되는데...

"지금 보고 있는 바로 이 구겨지고 접힌 종이를 발견했네. 보다시피 그 바깥에는 이런 말들이 적혀 있었네. '이것을 발견하는 누구라도 고인이 정중히 부탁하니, 내용을 읽지 말고 영국 북데번주 스티프웨이스에 사는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전해주시오.' 성스러운 임무지." - page 33

그리하여 조르간 선장은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건네주었고

"이건 불쌍한 제 형의 필체예요!" - page 33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불쌍한 아버지의 5백 파운드'라는 대목을 가리킨 젊은 레이브록.

"전 아버지가 이 돈과 관련해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을, 혹은 상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형이 바다 무덤에서 도난당한 돈이라고 엄숙히 경고한 마당에." - page 38

진상 규명을 하고자 젊은 레이브록은 떠나게 됩니다.

조르간 선장과 함께.



그러다 이들의 여정 중 뜻밖의 일을 마주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알프레드!" 내가 말했습니다. "나를 알아보겠어?" 동생의 내면에 설명할 수 없는 억눌린 공포가 있는 듯했고, 내 목소리가 그 공포를 불러일으킬까 봐 두려웠습니다. 나는 재빨리 동생의 손을 잡고 다시 말했습니다. "알프레드!" 내가 말했습니다... - page 170

죽은 줄 알았던 형을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의 명예와 5백 파운드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얽히고설킨 이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결론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야기.

책장을 덮고 나서 피식 웃음이 났었습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 안에 4~5개의 이야기가 포함된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중심 이야기는 사라진 5백 파운드에 대한 행방을 찾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가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4~5개의 액자소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가족과의 이별, 외딴 여관에서 발생한 기묘한 사건, 산행 중 발생한 사고, 배의 ㄴ난파 사고로 인한 고립 등 일상생활과 갑자기 분리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라든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자발적 분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뒤틀림까지...

이 얇은 소설 속에 압축되어 있었던 모든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지리적 분리나 물리적 고립,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소통의 단절이 진실을 얼마나 모호하게 하는 최악의 악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의 틀이 잡히지 않았던 시대의 글이었기에 감안을 하고 본다면 아마도 짜릿한 매력을 지녔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는... 뭐... 그랬습니다.

그리고 1, 2장을 읽고 난 뒤 3장의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음... 뭐지?!

마치 폭풍에 실려 표류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다행히 4장에서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 2, 5장만 실은 책이 많다고 했던 말이 이해되었고...

그럼에도 완역본을 읽어야만 느낄 수 있는 저자의 의도를.

누군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꼭 완역본으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