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때 크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 두 가지로 수렴된다고 합니다.
내재적 관점은 우리 내부를 향해 시선을 두어 생각과 느낌, 기억, 성향, 감정, 감각, 지각, 혼란, 환각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의식적 흐름의 세부적인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의 언어는 내재적 관점을 취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내재적 관점과 정반대인 외재적 관점은 우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두어 어떤 현상으로부터 그것의 특질과 메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하는 관점이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각자 자기만의 궤적을 그리며 발달해 온 동시에 시기에 따라 혼재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무렵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시금 저울》이라는 저서에서
"수학의 언어를 인식하는 법을 학습하지 않는다면 어두운 미로 속을 하염없이 헤매게 된다"
라며 과학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즉, 내재적 관점을 외재적 관점에서 분리해야 하는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과학 자체에 외재적 관점만을 명확하게 적용했지만...
과학이 내재적 관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백히 드러나게 됩니다.
신경 과학과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게 되고, 우리는 뇌를 겨우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식 과학으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다시 통합하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남겨진 과제였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식의 지평에 가닿기 위해 세계 석학들이 지금까지 해온 열띤 논쟁들을 소개하고,
이와 더불어 오늘날 신경과학이 마주하게 된 어려운 문제들과 역설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을 야심 차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이탈리아 신경 과학자 팀이 우연히 점심을 먹다 주목할 만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카크 원숭이가 신경 과학자 팀이 음식을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뉴런들이 펑! 펑! 하는 소리를 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전운동 피질의 뉴런들은 마카크 원숭이가 손을 움직일 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 과학자 팀이 포크를 들어 올려 마카크 원숭이가 갈망하는 음식을 먹을 때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은 기능적으로 시간을 공유하면서, 같은 유형으로 움직이는 다른 종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심지어 다른 종들과 같은 유형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종들의 행동도 이해하도록) 신경 기반을 형성하는 부차적인 목적도 가져야 한다. - page 86 ~ 87
다른 개체의 특정한 행동을 보고 거울처럼 그 행동을 자신에게 투사하여 직접 행동하지 않아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뉴런을 '거울 뉴런 mirror neurons'이라 하며 이를 주제로 하거나 이를 인용한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이 뜨거워졌지만...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인기는 시들해지고 맙니다.
그럼 인간의 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신경 과학이 수렁에 빠진 이유는 진화된 뇌가 설정한 목표를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진화된 뇌가 존재하는 이유다. 뇌의 모든 영역이나 기능적 구성 요소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작동하며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의식은 다른 모든 인식적인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뇌에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틀과 같다. - page 119
바로 '의식'이라는 점.
한동안 의식 과학은 가학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누락한 유사 과학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다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럴드 에델만에 의해 과학의 범주로 포섭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호엘은 제럴드 에델만이 연구했던 방식인 이론적 접근 방식의 계보를 따라 의식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호엘에 따르면 의식 이론이란 '시스템이 가진 경험이 무엇인지를 (경험의 공간 밖에서) 예측하여 만든 예측도'로 추상적으로 물리적 상태와 정신적 상태를 연결시켜 의식을 총체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의식 연구...
아마도 저자는 이 말을 전하고자 앞서 많은 이야기들을 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이 항상 보편적으로 매우 날카롭고 예리하게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과학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개념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지지해준다. 또한, 우리를 억누르기보다 오히려 개선시킨다. 그런 상황을 과학의 위안이라고 칭하자. 우리는 털이 없는 유인원일 수도 있지만, 의식을 둘러싼 역설들이 입증했듯이, 실제로 다소 특별하고 독특하게 의식을 갖추고 있다. 의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질적인 부분과 특유한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해당하는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 지대를 탐구해야 한다. - page 375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열띤 논쟁 속에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의식'.
(저도 미지의 영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럼에도 더없이 매력적일 학문이었던 '의식 과학'.
저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