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세계 - 우리가 사랑한 영화 속 컬러 팔레트
찰스 브라메스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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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색에는 의도가 있다!"

이 문구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 속 컬러 팔레트.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과 함께 그 의미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작품에는

남다른 '컬러 한 끗'이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호텔은 왜 분홍색과 보라색일까?

「박하사탕」의 영호는 왜 회색 양복을 입었을까?

「아멜리에」 주인공의 피부색에 숨겨진 비밀은?

컬러의 세계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영화 「타이타닉」의 '나무판자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잭이 로즈에게 매달린 채 얼음으로 뒤덮인 대서양에 잠겨 있는 장면.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영하의 기온을 표현하기 위해 남색 필터가 씌워져 있지만,

어떤 결과에서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조각 같은 외모를 살리기 위해 어두운 푸른색의 밝기가 한껏 높여져 있기도 하고,

잭이 입은 셔츠와 로즈가 걸친 구명조끼의 크림색을 강조하며 푸른색 필터를 완전히 걷어낸 이미지,

로즈의 붉은색 머리카락이 높은 채도로 강조되어, 마치 불가능한 로맨스가 가미된 동화 같은 느낌의 이미지

등 색의 재구성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영화에서 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영화 속에 적용한 개념을 영화 평론가인 찰스 브라메스코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컬러영화의 태동기부터 디지털 아이맥스 영화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영화사를 관통하는 50편의 영화를 엄선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박하사탕」도 함께 실려 있어 한국 역시도 영화 산업에 족적을 남길 만큼의 수준임을 여실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큰 인상을 남겼었습니다.

<흑백영화의 사후 색채화>

흑백영화의 진중한 무게감에 색채를 덧입힌다?

색상의 간섭 자체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있지만... 이미지의 진실성은...?!



컬러 영화가 등장하고부터는 선악을 묘사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스타워즈」에서 평화의 수호자 제다이의 라이트세이버는 파란색이나 녹색(내면이 평온하게 하나 됨을 의미)으로 빛나고, 테러리스트 시스의 것은 빨간색(분노와 충동, 불의 의미)으로 빛나지만

「해리 포터」에서는 소년 마법사 해리의 지팡이가 빨간색(용맹함을 지닌 고결한 귀족 혈통을 암시)을, 어둠의 군주 볼드모트의 지팡이가 녹색(뱀, 화려함, 독성을 암시)을

띠는 것으로

색에 대해 하나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색의 배치와 보색을 숙지하는 것은 장면의 요소를 구분하는 것부터 관객의 시선을 제어하기까지 영화 촬영의 팔레트를 구성하는 첫 번째 단계라 하였습니다.

책 표지에서도 맞이하였던 「중경삼림」.

이 영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었는데...

란콰이풍 지역의 산업화된 도시는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하고, 밤거리 포장마차의 희미한 불빛만이 거리를 비추는 듯 하지만 두 인물이 만나면 '햇살' '밝음', '사랑스러움'으로 묘사하는 색채를 발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의 밑바닥에 깔린 잔잔한 슬픔을 파랑, 보라, 초록의 색감으로 표현하는데...

거친 듯하면서도 세련된 이 영화.

다시 찾아서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나 다시 돌아갈래!"

기차의 기적소리를 뚫고 과거로 흘러갔던 이 영화 「박하사탕」.

이 영화는 색채 면에서는 다른 측면만큼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진 않고, 그저 자연주의적인 표현을 고수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의 색채를 보면

자살로 끝나는 소풍 장면은 낙엽이 무성하고 날씨가 흐린 반면, 회상 장면은 숲속을 물들이는 눈부신 태양 아래서 전개된다. 흐트러진 회색 양복을 입고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영호의 볼품없는 외양은 그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가치 없게 여기는지 암시한다. 그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입는 하늘색 티셔츠는 그의 슬픔이다. 회색 양복 안에 입은 파란색 와이셔츠는 시간의 흐름이 그에게 상처를 단단한 외피 속에 묻어두는 법을 가르쳐주었음을 나타낸다.

...

색이 바랜 금속 물질에 둘러싸여 보내는 시간은 모든 것이 죽어 있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나무의 희귀함을 강조한다. 자살을 결심한 영호는 마지막으로 진짜 자신의 모습을 느꼈던 장소로 돌아가고, 왜 이곳에서 그러한 모습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지 확인한다. 스무 번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초록빛 봄, 그 가장자리는 마치 다시 찾아 들어가는 요람의 벽처럼 느껴진다. - page 136

의미를 알고 다시 보니 그의 절규가 더 처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색을 사용해서 감정을 끌어내고 의미를 전달하였던 영화.

덕분에 영화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색상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그 색상이 어떤 의미를 어떻게 나타내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색은 기쁨이자 에너지요, 삶 그 자체다. 적절한 도구와 화학물질, 그리고 약간의 영감만 있다면 영화는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가서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다. 마이클 파월과 에머릭 프레스버거의 전쟁 판타지 영화 「천국으로 가는 계단」 속 이승과 저승의 안내자는 필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천국에도 테크니컬러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있다." 천국에서조차 영화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한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테크니컬러가 주는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하고자 끊임없이 애를 쓴다. 천국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다. 이승에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로 목마르다. 이 책은 잔치의 시작일 뿐이다. - page 15

이제 색들이 그려낸 향연 속으로 들어갈 차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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