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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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애호가들이 뽑은 진정한 '인생 소설'

이 소설은 제 주위에서도 추천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익히 알고는 있었고 읽겠다고 했었고...

잊혔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마주하게 된 이 소설.

1965년 출간 당시 문단과 평단의 호평에도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긴 세월 동안 잊혔다고 하였습니다.

어멋!

잊혔다는 점에서 뭔가 통했다는...

그러다 가치를 아는 작가들이나 교수들만 어렵게 구해 이 책을 읽었었고 50년의 세월이 지나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뜨겁게 읽혔다고 하니...

드디어 가치를 밝히는 이 소설.

음...

읽기도 전에 왠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저도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스토너



가끔 어떤 학생이 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윌리언 스토너가 누구인지 무심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 page 8 ~ 9

스토너는 1891년 미주리 주 중부 분빌 마을 근처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열아홉 살에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정말로 제가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그가 물었다. 반쯤은 아니라는 대답을 바라는 듯한 말투였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 page 12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

그런데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가 그의 인생을 온통 바꾸어놓게 됩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선택하게 된 스토너.

박사과정 동료 데이비드 매스터스와 고든 핀치 두 명과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힘들 거야." 매스터스가 말했다. "여기 남아 있으면."

"나도 아네." 스토너가 말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스토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스터스가 히죽 웃더니 여느 때처럼 짓궂게 말했다. "자네는 확실히 마르고 굶주린 사람처럼 보여. 인생이 끝장났군." - page 56

그의 친구 두 사람은 참전하게 되고 매스터스는 전사하고 핀치는 학교로 돌아와 스토너의 평생 친구로 지내게 됩니다.

어느 날 핀치가 개최한 사교모임에서 이디스라는 여성에 첫눈에 반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지만 신혼여행 직후 서로가 어울리지 않음을, 이 결혼은 실패작임을 깨닫게 됩니다.

개인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다 3년 만에 그레이스를 낳게 되었지만 이디스가 그레이스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그는 끝내 딸과는 가까워질 수 없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청강을 요구하던 박사과정 워커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의 불성실한 태도에 박사과정에서 탈락시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동료 교수 로맥스 교수에게 들어가게 되고 부학장인 그가 스토너에게 불이익을 주게 됩니다.

그 이유는 워커라는 학생이 다리가 불편했었는데 이는 마치 척추 골절 장애가 있는 로맥스 교수에게는 자신을 향한 것처럼 느낀 것이기에 그는 마지막까지도 스토너의 연구를 방해하고 앞길을 막습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그.

육체적 고통으로 병원에 간 스토너는 자신이 대장암 말기임을 알게 되고 퇴임을 받아들이며 수술을 하게 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page 387 ~ 388

그는 책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 책은 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장을 펄럭펄럭 넘기며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책장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짜릿한 느낌은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그의 살과 뼈를 훑었다. 그는 그것을 어렴풋이 의식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그를 가둬주기를, 공포와 비슷한 그 옛날의 설렘이 그를 지금 이 자리에 고정시켜주기를 기다렸다. 창밖을 지나가는 햇빛이 책장을 비췄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 쓰인 글자들을 볼 수 없었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 page 392

그야말로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스토너.

그의 삶은 큰 희로애락이 없었지만 그래서 더 우리의 모습과 같았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고 먹먹했던...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가 건넨 질문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물음 앞에 난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왜 많은 이들에게 인생 소설이었는지 알 수 있었던 소설.

저도 한 번으로 그칠 것 같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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