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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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뜻하지 않게 클래식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S사 세탁기의 세탁종료음으로 '프란츠 슈베르트'의 <송어>가,

학교 하교 시간 종소리로 '봉다르체스카'의 <소녀의 기도>가,

예전 지하철 환승역 안내 방송으로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등

너무나 익숙하지만 정작 무슨 곡인지 모르는...

그렇기에

"아는 만큼 들리고, 알수록 빠져든다!"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이 책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곡에 대해 작곡 배경과 작곡가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음악을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

저도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불후의 10대 교향곡 속으로 떠나는 클래식 시간 여행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명곡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다

악보 너머의 클래식



베토벤의 '영웅'이 전대미문의 긴 연주 시간으로 야유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슈베르트의 '미완성'이 무려 40년 동안이나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가 가까스로 세상의 빛을 본 이야기는 어떤가?

차이콥스키가 역착 '비창'을 초연하고 고작 9일 뒤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 이야기는?

그동안 '클래식'에 보이지 않은 벽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솔깃하였습니다.

뭔데?

무슨 일이 있었는데?

진짜?

읽으면서 위대한 명곡들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작곡 배경과 작곡가들의 인생사로 음악이 더 풍성해졌다고 할까...

단순히 책만 읽고 말겠다는 저에게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음악 하나하나를 찾아 들으면서 다시금 곱씹게 만들었습니다.

이래서 클래식을 듣는구나...! 그 묘미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불후의 10대 교향곡으로 과감한 형식 또는 예술성으로 당대 음악계를 뒤흔들고, 음악사의 흐름을 바꾸었으며, 지금까지도 대작으로 손꼽히는 명곡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주피터> - 교향곡의 최고신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 영웅이 된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 운명이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되는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 전원의 분위기와 정경이 느껴지는 교향곡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명곡이 된 교향곡

베를리오즈 교향곡 <환상> - 사랑의 열병 속에 탄생한 교향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 조용히 끝나는 교향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신세계> - 대서양을 건넌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 모습을 바꾸고 이름을 바꾼 교향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혁명> - 대숙청에서 탄생한 교향곡

관심이 있던 곡을 펼쳐 읽어도 상관없지만 저자는 음악사의 흐름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순서대로 읽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작곡가의 인생에 따른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교향곡은 어떤 음악인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 중에서 일정 양식을 지닌 곡을 말하는 '교향곡'.

18세기 활약한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이 '4악장'이라는 양식을 확립했는데

제1악장: 소나타 형식으로 빠르게 연주하며 가장 길다.

제2악장: 여유로운 느낌으로 연주한다(완서악장).

제3악장: 미뉴에트 등의 무곡 또는 익살맞은 분위기로 연주한다.

제4악장: 하이라이트이자 피날레로 빠르게 연주한다.

이런 패턴을 가진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교향곡에는 원래 제목이 없었으며 무언가를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곡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이든의 교향곡에는 <철학자>, <고별>, <교장선생님>, <놀람>, <기적>, <군대>, <시계>, <큰북 연타> 등의 제목이 붙어 있지만, 사실 이는 하이든이 붙인 것도 아니고, 제목처럼 철학자나 교장 선생님 등을 묘사한 곡도 아니라고 합니다.

모두 곡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나중에 붙은 애칭이라는 것.

그리고 시대와 세월이 지나면서 교향곡은 작곡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작곡하는 작품이 되었고 무언가를 묘사하는 음악이 되어 갔다고 합니다.

양식도 4악장에서 벗어나 5악장이 되거나 단일 악장이 되기도 하고,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과 같이 성악을 더한 곡도 생겨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목만 들으면 미완성으로 남았기에 <미완성>인 줄 알았지만 슈베르트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것이 아닌, 제2악장까지밖에 없기 때문인

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이 곡이 왜 미완성인가는 음악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라 하였습니다.

그가 미완성의 이유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적어도 슈베르트로부터 그 이유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 적다가 만 악보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라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미완성>은 제3장도 앞부분만 작곡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2악장의 뒤까지만 남아 있고 이어지는 부분이 잘린 흔적이 있다는데... 누가 잘랐을까?

슈베르트? 안젤름? 요제프?

잘려 나간 3악장의 두 번째 페이지는 이후 1969년 빈 남성 합창단이 보관하던 자료 속에서 발견되었고 이 또한 20소절까지만 있을 뿐 나머지 몇 페이지는 백지 오선만 그려져 있으니... 제3악장 도중에 작곡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명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미완성>이 작곡된 1822년 당시에 '나의 꿈'이라는 표제로 스토리를 음악으로 묘사하고 2악장으로 구성된 데다가 조용하게 끝나는 교향곡을 초연했다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휘텐브레너 형제가 40년이나 감추고 있었던 덕분에 <미완성>은 냉동 보존되어 적절한 시기에 신선한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완성이지만 완성되어 있다'는 마술적인 논리로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 page 173

그리고 연주를 못하는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그려낸 <환상>.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는 점이 작곡가로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만 오히려 연주할 수 없기에 기술적 한계를 몰랐던 그.

그래서 연주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곤란하게 만들었지만 이로써 혁명적인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그.

원래 제목인 '어느 예술가의 생애에 생긴 일, 5부의 환상적 교향곡'이 부제가 되어 버리고 장르명으로 '환상 교향곡'으로 추가된 이 곡은 이상적인 여인의 마력에 빠진 한 남자의 음악적 초상화나 다름없었습니다.

볼프강 됨링이 쓴 《베를리오즈와 그의 시대》에 수록된 1855년 버전 이후의 해설을 보면

"병적인 감수성과 불타오르는 듯한 상상력을 가진 젊은 음악가가 사랑에 절망하고 발작적으로 아편을 피운다. 마약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에는 너무나 약하고 그는 몽롱한 잠에 빠져 기묘한 환각에 휩싸인다. 잠든 그의 병든 머릿속에 음악적인 상념과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감각, 감정, 기억이 나타난다. 연인조차도 하나의 선율로 변화하고 가는 곳곳마다 보이거나 들리거나 하는 이데 픽스(고정관념)와 같은 존재가 된다."

당대 연극계의 스타였던 해리엇 스미드슨에 대한 지독한 연모.

음악 역시도 광기 속에 연주되는데...

여느 음악보다 저에겐 이 음악이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미술작품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땀 어린 결정체였던 '교향곡'.

수 세기를 뛰어넘었던 '교감'.

이젠 이들이 살아 숨 쉬듯 저에게 다가왔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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