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흐르고 흘러 모든 것이 변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도깨비가 나타나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생각한 방법이 바로!
"난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팔고,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모을 거야. 이야기를 모으고 쓸 때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를 여는 거지. 이야기는 아무거나 다 돼. 가치 없는 이야기는 없으니까. 음...... 가게 이름은 아무거나 문방구! 어때?"
그리하여 신비한 물건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무거나 도깨비와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의 '아무거나 문방구'가 열리게 됩니다.
문방구에는 네 명의 어린이가 찾아오게 됩니다.
나이 많은 엄마를 창피해하는 '제이'는 마실 때마다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공부도 반려동물 돌봄도 귀찮은 '영재'는 강아지로 변하게 해 주는 '강아지 가면'을,
남에게 거절을 잘 못 해 속상해하는 '나리'는 제 모습을 감추는 '도깨비감투'를,
동생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독차지하지 못해 불만인 '지우'는 뭐든 넣으면 양을 두 배로 늘려 주는 '더블더블컵'을
얻게 됩니다.
이 물건들을 공짜로 건네며 주인 아저씨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는데
"값은, 나중에. 곧 다시 오게 될 거야."
정말 이들은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돌아온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해 달라는 도깨비의 주문에 속마음을 덜어놓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고민이 해소되는 순간을 맛보게 되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문방구를 나서는 어린이들.
그리고...
"맞아, 그리고 우리가 여기, 함께 있는 것도 다 이야기 덕이야."
둘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어.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가 찾아오려나......?'
어른인 제가 읽어도 감동이!
'이야기하기'의 즐거움과 해방감을 알려 준, 그래서 아이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동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는 '나라'의 이야기에 무척이나 공감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도 남에게 거절을 잘 못 해 집에 오면 무척이나 속상해하는데
"저는 착하다는 말이 무지무지 싫어요. 거절하면 친구가 싫어할까 봐, 엄마 아빠가 실망할까 봐 다 좋다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그러니 이제 제가 진짜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도깨비감투 쓰듯 제가 사라지는 기분이라고요.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저답게 살 거예요!"
배불뚝이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어.
"좋아, 네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용기를 찾았구나. 이제부터는 진짜 너답게 잘 지낼 거야. 널 믿는다. 자, 네가 이겼어. 여기, 이야깃값!"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다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맘고생 했을 아이가 안쓰러웠고 이제는 한층 성숙해질 아이의 모습에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다음에 찾아올 어린이 손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저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