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어사전 - 죽어버린 시간 속 단어들을 찾아 떠나는 하루의 여행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 비아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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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워 오래 살지 못한 말

너무 재미있어 진지하지 못한 말

너무 적확해 널리 쓰이지 못한 말

너무 저속해 점잖은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

너무 시적이라 요즘 같은 산문의 시대에 버티지 못한 말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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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낱말들도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 단어들을 찾아 언어 고고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다쟁이' 마크 포사이즈가 시간여행을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색다른 여행 속에 저도 한 번 떠나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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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담꾼 마크 포사이스,

먼지 틈으로 숨어버린 보석 같은 단어들과

'하팍스 레고메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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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사전』



우선 저자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답변이 <프롤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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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는 어디나 시간의 책이 있었다.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경건한 사제는 『성무일도서』를 꺼내 딱 맞는 페이지를 넘기고, 판토플 성인이랄지 그 시간에 맞는 성인을 찾아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 내 의도도 비슷하다. 이 책이 빠르게 넘겨볼 수 있는 참고서적이 되면 좋겠다. '이 상황은 무슨 낱말이지?' 혼잣말하며 시계를 확인하고, 이 책을 권총집에서 꺼내 맞는 페이지를 넘기고, 식전바람ante-jentacular, 발록구니gongoozler, 빙고 모트bingo-mort 따위 낱말을 찾을 터이다. - pag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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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사전의 쓸모없음을 한탄한 그.

그래서 이 책의 원제 『The Horologicon』, 즉 '시간의 책'처럼 하루의 각 시간에 맞춘 낱말들을 나열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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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쉬이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나온 표현들, 낯선 영어 단어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왠지 찜찜하고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면 훨씬 재미나게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단어들이 있구나! 알아가는 즐거움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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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면...

아이들이 개학하고 유일한 제 오전 시간, '열한 시'.

오전 휴식의 신성한 시간에 차 또는 커피를 마시거나 비스킷을 먹곤 하는데.

여기서 『곰돌이 푸』 첫 번째 책 두 번째 장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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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는 언제나 오전 열한 시쯤 되면 뭘 먹는 걸 좋아했지. 그래서 래빗이 접시랑 머그 컵을 꺼내는 걸 보고는 굉장히 기뻤단다.

"빵은 뭘 찍어 먹을래? 꿀? 연유?" 래빗이 물었어.

푸는 너무 들떠서 "둘 다"라고 대답했다가, 식탐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얼른 이렇게 덧붙여 말했어. "빵은 안 줘도 괜찮아." (앨런 알렉산더 밀른, 『곰돌이 푸』, 박혜원 옮김, 더모던, 2018 -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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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한 점이 바로 '군것질'을 가리키는 표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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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곁두리elevenses(켄트 방언), 돈턴dornton(북부), 열한 참eleven hours(스코틀랜드), 열한 새참eleven o'clock(미국), 열한 사이참elevener(서포크) 따위다. 열한 사이참이 좋다. 술을 마실 수 있어서다. 나머지 싹 다 절대금주teetotalitarian다. - page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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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여러 표현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우리의 '한글'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지역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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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미난 것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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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에서 여러분은 갑작스레 사랑을 깨닫는다. 매장 카드를 받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일을 고객 로맨스romancing the customer라고 하니 그렇다. 로맨스라고는 하지만 단지 누군가 계산을 하고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만큼 제공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로맨스가 그렇긴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 page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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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라...

약간은 당혹스럽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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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와 학문과 종교를 담고 있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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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들은 자연과 같아, 그 정신을

절반은 드러내고 절반은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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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슨의 말처럼 감춘 절반 쪽 낱말들.

앎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고 새삼 우리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시간의 책'처럼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문화에 대해선 잘 알고 있으니 공감하며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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