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벤저민 스티븐슨 지음, 이수이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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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자극적이었고...

'고전 추리 소설의 재치 있는 반전(워싱턴 포스트)'

'기발하고 재미있는 메타 살인 미스터리(선데이 타임스)'

라는 호평을 받은 것도 그렇고...

입소문에 힘입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등극하였다는 등...

이 소설에 대한 수식어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 흐름에 저도 합류하고자 합니다.

모두가 살인자인 이 가족.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 모두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다는 것!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책을 펼치면 이 페이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살짝 접으라는데...



이는 실제 추리 소설가이자 가톨릭 신부였던 로널드 녹스가 발표한 법칙으로 어느시트는 앞으로 이 규칙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사람이 죽는 장면이 몇 쪽에 나오는지도 미리 알려줍니다.

또한 소설 속에서 『미스터리 소설 쓰는 법』을 출간한 작가인 어니스트는 가족의 살인 이야기를 범죄소설 작법서 형식으로 전개함으로써 고전적인 추리 미스터리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치 있게 풀어내고, 매력을 더하는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복잡한 가족 서사와 끔찍한 범죄 상황 사이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하며 출구 없는 매력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엔 좀 맞지 않았다는...

정말 <프롤로그>에서 누가 죽거나 죽었다고 전해 듣는 장면의 페이지가 나오니 살짝 긴장감이 떨어졌고 중간중간에 유머러스한 문장이겠지만 제 코드와는 맞지 않았고 화자가 너무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다고 느껴졌던...

그래서 '미스터리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라든지 통쾌함보다는 가족의 서사를 읽어 내려간 느낌이었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주관입니다만... 저 역시도 말이 많았네요...

아무튼!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어니스트 커닝햄, 다들 언 혹은 어니라고 부르는 그가 이렇게 외치고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분명 가족 모두가 살인자라고 했다. 그리고 속임수는 없다고 약속했다.

나는 사람을 죽였을까? 그래. 그런 적이 있다.

누구였을까?

이야기를 시작하자. - page 14

커튼에 어른거리는 한 줄기 불빛.

마이클 형이 방금 우리 집 진입로에 차를 댔습니다.

"사람을 쳤어."

"그랬구나." 나는 잠이 덜 깬 상태였던지라 사물이 아니라 사람을 쳤다는 형의 말을 겨우 알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건네는지 아는 바가 없어 일단 형이 하는 말에 장단을 맞추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야. 내가 쳤어. 지금 뒤에 있어." - page 18

누군가의 생명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단 가족 사이에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작용해서일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의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그날 밤에 본 형은 세상 그 누구보다 낯설었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한 그는 3년 후 출소하게 된 형을 만날 때에도 오직 한 가지, 형이 전혀 바뀌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3년 반이 지나 형의 석방을 환영하기 위해 눈 덮인 스카이 로지 휴양원에 하나둘 모이게 됩니다.

사실 이런 모임을 꺼려 했었는데 그 이유는 사실 커닝햄 가족에게는 과거에 입 밖에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극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인 경찰관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는데 그곳에서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했던 어머니.

이는 커닝햄 가족의 삶에 끔찍하게 파고들었는데 그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어니스트가 형을 경찰에 넘기면서였습니다.

형의 편이 아닌 경찰의 편에 섰던 어니스트.

다음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두툼한 점퍼의 행렬이 그의 창문 앞을 지나 쭉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곳.

거기엔 동상으로 뺨이 검어진 채 숨을 거둔 한 남자가 눈 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습니다.

애통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이 다들 순전히 호기심으로 시체를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도 저 사람을 모르나?

그리고 동상 때문에 까만 줄 알았는데 불에 타 죽은 거라니...

화상 자국 하나 없고 녹은 흔적이 없는 설원에서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도 죽은 남자와 관련된 동기가 없는데...

어떻게?

왜?

그런데 연달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과연 이들의 가족 모임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가족 사이에는 중력이 작용한다. 나는 그제야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때 소피아가 내게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같은 핏줄이라고 해서 가족인 건 아니다. 당신이 누구를 위해 피를 흘릴 것인가가 가족을 결정한다. - page 477

이 소설을 통해 깨달았던 이 말의 의미.

사람들은 끔찍한 말을 내뱉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 page 323

별 뜻 없이 외쳤던 이 말이 이보다 더 이기적이고도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다 보니 어느새 얽히고설켰던 이 가족.

결국 서로의 민낯을 바라보았을 때 우리에게 건넨 질문.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

저도 그 답을 제 가족과 함께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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