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 산책자와 400년 느티나무와의 대화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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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독특했습니다.

붉은토끼풀?

검색을 해보니 '레드 클로버'라고 하였습니다.

괜스레 '클로버'라는 말에 설렜던...

책을 읽기 전 이 책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소개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림책 활동가이자 숲해설가인 저자 '김건숙'이 그림책과 일반 책에서 가려 뽑은 문장을 들고 숲을 걸으며 사색한 결과물을 모은 책이라 하였습니다.

책과 걷기.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저도 저자와 함께 가만히 거닐어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당신을 성장시키는

지혜를 만나는 설렘의 순간

내 안의 품은 생각들이 꽃피고

열매 맺는 길을 함께 걸어볼까요?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어르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오래 사셨으니 우리 인간보다 훨씬 많은 지혜를 갖고 계시지요? 그걸 제게도 나누어주세요."

400년 느티나무에게 건넨 질문.

그러자 낮은 목소리로 서서히 입을 열며 대답해 준 느티나무.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네. 내 가지들을 보게나. 햇볕이 많이 닿는 곳은 더 빨리 잎이 나오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아직 나오지 않은 곳도 있다네. 지금 이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 해도 그게 전부 나일세. 나는 그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한다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것까지도 받아들인다네. 그저 묵묵히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가장 나다움을 만들어가지."

느티나무의 자세로부터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죽은 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잎을 내면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느티나무처럼 한 발 한 발 나아가자. 상록오색길을 걷듯! - page 49

그렇게 저자는 상록오색길에 문장을 들고나가 걸으며 계절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고 엽서에 써 간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설계하니 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순간을 공유하고자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었습니다.

제목에서 보았던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로부터 저도 반성하게 되었었습니다.

토끼풀을 많이 닮았지만 모조품인 듯해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풀.

누군가 토끼풀이라고 하면 아니라 부정했던 이 꽃을 검색해보니 '붉은토끼풀'이었던...

단정 짓는 것의 위험성을 알려주었던 붉은토끼풀.

이번 상록오색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붉은토끼풀에게 다가간 것은 단순히 꽃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이 열리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내게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획일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체계를 다시 점검해보아야 한다고 뇌리를 때렸으니 말이다. - page 88

이제 함부로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을.

관용과 포용력을 키울 것을.

저도 모르게 만들었던 벽으로, 닫힌 문으로 흐르지 못했던 물길이 덕분에 흐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왔어도 뒤돌아보면 후회가 남는...

그렇다고 되돌아간들 그때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니 저에게 건넨 이야기...

숲을 이루는 거대한 가지를 가진 어르신 느티나무는 작은 잎들을 달고 있다.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잎을 키울 생각은 왜 안 할까? 목련이나 마로니에나무, 상수리나무, 감나무 등은 어린나무들도 잎이 넓고 크다. 잎이 큰 것은 빨리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란다.

그렇다면 어르신은 천천히 자라기로 작정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후회도 없다는 말일까? 느리게 가더라도 하나라도 그 많은 잎들에게 고루 사랑을 주려고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자상함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가지 숲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사랑이 몇백 년을 이어가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 page 138 ~ 139

느티나무 잎처럼 오늘 맞은 하루 귀히 쓰고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함을 한 수 배웠습니다.

걷기의 미학을, 사색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와닿았던 문장과 단어들이 제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언젠가 내면의 나무로써 자라나 저에게도 인생을 살아갈 지혜를 건네줄 나무를 기다리며...

오늘은 왠지 문장 하나 들고 나무에게 말을 건네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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