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거리 수사대 : 한양풍문기의 진실 사계절 아동문고 110
고재현 지음, 인디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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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책 읽는 것을, 특히나 글 밥이 많은 것에는 아직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유독 '추리' 이야기에는 몰입하며 글을 읽어가는 모습에 아이의 취향을 고려해 추리 동화를 찾아 읽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아이 역시도 눈이 초롱거리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곤 먼저 읽는...

내가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하하핫;;;

읽고 나서 다음 권도 읽고 싶다는 아이.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는지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한양 책방거리에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

그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 떠난 아이들의 가슴 뛰는 활약!

책방거리 수사대: 한양풍문기의 진실



동지는 급히 걷던 걸음을 멈추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툭 튀어나온 둥근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뺨은 한껏 더 붉어졌다. 아씨의 심부름을 나온 것이지만, 마님 몰래 집을 빠져 나온지 오래였다. 더구나 마님이 싫어하는 이야기책을 빌렸으니 마님에게 들키면 잔소리로 모자라 회초리까지 맞을지도 몰랐다. - page 7

광통 지전의 연이 아씨, 연이와 자매처럼 자란 동지.

세책점에 갈 때마다 누군가 이미 빌려서 번번이 헛걸음했던 『장화홍련전』을 드디어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씨, 이것 좀 보세요. 책에 뭔가 있어요."



책 안쪽에 '한양풍문기'라는 제목이 쓰인 종이가 풀칠하여 붙어 있었습니다.

오월 스무아흐레. 낙산 아랫동네에 사는 최씨 성을 가진 여인과 한 가족이 사라지다. 한밤중에 과부 여인과 다섯 아이가 손과 손을 잡고 모두 사라지다.

야밤에 일가족이 사라졌다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달은 비난의 댓글이 가득하였습니다.

동지는 실제로 그 가족을 마주한 적이 있고 소문의 대상이 자신이 본 이들이 맞다면, 거짓 소문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아씨, 이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제가 직접 알아봐야겠어요! 찾아가 볼래요!"

그리하여 소문의 진실 여부를 밝혀내겠다 마음먹은 동지.

하지만 연이 아씨가 자신과 함께 나서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라니요, 아씨! 이건 아씨 같은 여자가 나설 일이 아니에요."

"나 같은 건 뭐고, 여자는 뭐야? 너도 여자면서."

"아씨와 저는 다르지요!"

"너와 내가 다르다고? 난 한 번도 널 다르게 생각한 적이 없어."

"아씨, 그 말이 아니잖아요. 이건......"

...

"진실을 알아내는 데는 남자도 여자도, 양반도 하인도 상관없는 거야. 더욱이 이 아이들, 네가 아는 아이들이잖아. 너도 궁금하잖아." - page 40 ~ 42

동지는 남장한 연이와 함께 세책점이 그득한 책방거리부터 한양풍문기에 나온 수표교 등 곳곳을 수소문해 나서게 되고 억울하게 죽는 이들이 없게 하려는 포졸 두태와 양반집 도령 윤휘를 만나게 되는데...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연대의 장, 책방거리 수사대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연이'라는 인물로부터 시대가 규정한 성별, 신분적 한계에 맞서 거짓을 진실의 목소리로 뒤엎는 용기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도 배울 점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다입니까?

"낭자가 나서라고 해서 포도청에 재수사를 당부했어요. 사건을 은폐하라고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도, 그들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지요. 이것이 조선이고, 이것이 양반 사회입니다."

"이런 현실이 마음에 드십니까?"

윤휘는 연이의 질문에 말문이 탁 막혔다. - page 124

또한 이 사건은 '소문'을 퍼트린 자, '소문'에 입을 얹은 자, '소문'을 감춘 자 모두로부터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사건에 가담한 가해자와 방관자 모두에게 잘못이 있음을, 특히나 사건의 진상과는 관계없이 무지한 댓글로 진실을 흐리는 현실은 현재 우리에게서도 겪었던 일들이기에 쉬이 넘어갈 수 없었고 아이에게 그 어떤 말보다 큰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었습니다.

"어디 말해 보시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이오?"

"댓글을 모두 읽었으면 알 것 아닙니까? 도령이 얻고자 하는 것은 얻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최 여인을 업신여겼습니다. 모조리 무시했습니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라도, 아니 죽은 사람이기에 변명 한마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쏟아진 말을 도령은 어떻게 주워 담을 생각이었습니까?" - page 88 ~ 89

깊은 울림을 주었던 이 소설.

정말 아이들이 꼭 한 번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마지막에 또 다른 책에서 '한양풍문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저 역시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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