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권신영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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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부터 해리포터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시리즈는 '영국'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서, 셰익스피어, 밀턴, 워즈워스, T.S 엘리엇으로 이어지는 고전 문학 전통도 탄탄하기까지 한데...

영국의 책 문화 관찰기.

너무 기대되었습니다.

"광속 문화의 시대, 책은 여전히 문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이야기의 나라 영국을 무대로 탐색하는 책과 책 읽기를 둘러싼 거의 모든 이야기!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영국'이라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산업혁명을 일으킨 자본주의의 나라, 프랑스 같은 대형 유혈 없이 의회 민주주의를 수립한 나라, 대영 제국을 뜻했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처럼 굵직굵직한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고 축구, 골프, 테니스, 그리고 럭비 종주국이라는 역동성을 느끼게도 됩니다.

또 버킹엄 궁전, 빅 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세인트 폴 성당, 스톤헨지, 런던 타워 브리지, 런던 시내를 오가는 2층 버스, 영국 박물관, 국립 미술관 등 장소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저자는 영국을 '이야기의 나라'라고 하였습니다.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아서 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J.R.R. 톨킨, 러디어드 키플링,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J.K. 롤링 등 저명 작가군도 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이야기 능력을 국제적을 발휘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기존의 올림픽처럼 자국 문화를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산업 혁명, 자본주의와 이로 인한 그림자, 노동자 파업, 민주주의가 점차 확대되는 과정의 하나였던 여성 참정권 운동, 복지 국가의 상징인 국가 의료 보험 제도 등 영국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소재를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치적 성향이 짙고 다소 무겁게 비칠 만한 주제를 소개할 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메리 포핀스》 《해리포터》 등 영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을 깨알같이 집어넣는 등 재치 넘치는 유머를 선보였습니다.

'달콤한 이야기' 전략은 성공이었고 이를 통해 이야기가 갖는 힘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평상시 영국의 이야기 능력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일단은 ''이었습니다.

금속활자가 발명된 뒤에도 영국의 책 문화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뒤처져 있었지만 뒤늦게나마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돌려 읽는 등 열정을 불태우면서 독자적인 영문학 탄생과 함께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이 문화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사회적 관습은 물론 전통 있는 출판사와 서점을 유지하고, 도서관을 정착시키고, 북클럽을 만들고, 학교 교육에 독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영국의 이야기 문화는 작가, 출판사, 서점,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책과 연관된 제도 및 다양한 존재들을 통해 형성되었고 오늘날 영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야기의 나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책과 독서의 본질 및 그 영향력에 대한 탐색뿐 아니라 저작권의 탄생, 출판사와 작가의 관계, 서점과 도서관의 역사와 변화 등 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들을 함께 탐구하였습니다.

'책이 한 사회의 근간이 되어가는 치열한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적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실제로 개척해나가는 책과 출판의 역할, 또 그 결실이 어떻게 영국의 일상생활 속에 정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책사랑을 바라보며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책이란 물건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으로 공간을 채워야 하는가...?!'

'책'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가 인쇄된 것이 아닌 자신과 외부를 어느 정도 차단하여 개인 공간을 확보해 주는 동시에,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사회적 연대감을 쌓는 수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니?"

하며 초등학생에게 묻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게 현실성 있는 질문인가?'

'아이들은 단순히 내용만 보고 책을 고르지 않나?'

라 생각되지만 현실적인 질문이 되려면 우선 아이들이 책을 잡았을 때 책 제목을 먼저 보고 시선을 곧장 바로 밑이나 표지 맨 아래까지 내려가 제목보다 작은 글자로 적힌 작가 이름에 주목하는 습관을 길러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하간 스토리 타임처럼 이야기를 듣는 단계부터 제목과 글그림 작가를 함께 들었다면 어린아이라도 자기가 좋아서 여러 번 본 책의 작가 한두 명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스티커는 지금부터 작가를 주목하며 읽으라는 무언의 가르침일 수도 있었다. 기억 못하더라도 또 좋아하지 않더라도, 창작물을 대하는 기본자세를 익히라는 뜻에서.

개인적 습관과 태도를 넘어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니?"라는 질문이 가능하려면 사회·경제적 조건도 갖추어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소수의 유명한 작가 외에도 글을 꾸준히 발표하는 아동 문학 작가군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낟. 아동 문학 작가들이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출판 시장과 궁긍적으로 이를 소비할 아동 독자층이 탄탄해야 가능한 일이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니?"라는 물음은 '작가-어린이 독자-출판 시장'을 잇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한 영국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 page 160

정말 영국으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읽고 '생각'하기보다 영상을 보고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

그래서 책이 사라질 것이라 하지만 오히려 책은 퇴물보다는 보물이 될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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