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남도가 고향인 할머니는 1930년 만석꾼 집안의 3남 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셨습니다.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였지만 부리던 머슴 하나가 소작농들을 부추긴 바람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고...
전쟁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남쪽으로 피난을 오면서, 아들을 낳기까지 딸만 내리 다섯을 낳았다고 구박을 받으면서, 자식들 육성회비를 낼 돈이 없어 학교에 불려가는 길에서, 경로단에서 혼자 개량한복을 맞춰 입지 못해 따돌림을 당할 때 등등.
사는 게 녹록지 않았던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통일만 돼 봐라! 우리 아버지가 묻어둔 금괴 찾으러 갈 거다!
그 금괴는 오늘날 시세로 무려 112억이나 하지만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거니와 주소도 가물가물한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손자인 인찬에게 당부를 하게 되는데...
"가서 금괴 찾아오너라. 금괴."
허황된 얘기라 생각했는데 할머니의 장례식 날.
수의를 입은 할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옷고름에 적힌 깨알 같은 글씨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금괴가 묻힌 장소.
이는 흙수저 인찬에게 하늘이 주신, 아니 할머니가 주신 '기회'였습니다.
몰랐으면 몰랐지, 안 이상 인찬은 여동생 인지를 설득하여 금괴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평양골드러시'에 돌입하게 됩니다.
제일 먼저 섭외한 사람은 돈이라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 것 같은 브로커 원 씨.
그리고 그가 고용한 꽃제비 애꾸와 함께 살 떨리는 검열과 감시 속에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한 시간은 단 3일!
고군분투하는 그들 앞에 기다리는 건 예기치 못한 장애물들, 협력 속 배신이 있었습니다.
평양의 보물 찾기.
과연 이 남매는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읽으면서 실제 북한의 상황을 묘사한 듯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 생동감 있었습니다.
숨 가빴던 보물 찾기.
인연은 시간이 흘러도 결국 마주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엔...
금? 금이다! 그런데 강변에 금이 있을 리가 있나? 그러나 아무리 벽촌의 늙은이라 하더라도 알건 다 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금이 확실했다. 일정 때 우리 아버지도 딱 이런 금덩어리를 집안에 쌓아두고 사셨으니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떨리는 손으로 양을 가늠했다. 얼마인지 환산조차 할 수 없이 많았다. 어째서 금이 여기에? 하지만 불현듯 스친 건 이것만 있으면 남조선에 가서 우뚝 일떠서는 건 문제없을 거란 희망이었다. 제일 먼저 사끝이를 늙은 부랑자 수용소에서 빼내어 남은 삶을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끝이와 함께... - page 262
유쾌할 듯하였지만 막상 책장을 덮었을 때 찡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역사 속 여전히 남아있는 분단선, 오랫동안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실향민과 이산가족.
할머니가 찾고자 한 건 '금괴'라 쓰고 '가족'이었음에 참 씁쓸하였습니다.
이 소설이 드라마도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보물 찾기'란 소재가 매력적이기에 많은 이들이 재미나게 보지 않을까...!
그렇다면 주연들은 누구로 해야 하지...? 가상 캐스팅도 해 보고...
아무튼 무겁지 않았던,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았던 흥미로웠던 '평양골드러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