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어느 순간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겪게 되는데...
"그림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근대 예술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답을 찾아나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화가들은 계속 고민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한 미니멀리즘도 시도해 보고 수많은 비평가들과 함께 이런저런 논쟁의 과정도 거쳤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무오류의 완벽한 평면성'은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모더니즘 회화 전체를 관통했던 '그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한 세기를 이어온 모더니즘 회화가 끝나버린 것입니다.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 page 309 ~ 310
그럼에도 모더니즘 회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꿈을 좇던 예술가들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실패나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고 탐구했던 그들.
그 자체만으로 그들을 인정할 수 있었고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역시나 미술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예술가를, 그림을 어디에 포커스를 두는지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그래서 읽어도 또 찾아 읽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14명의 예술가와 작품, 인생을 미술사의 흐름으로 읽게 되니 그야말로 한 줄의 구슬처럼 꿰어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식민지들을 거느리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서면서 모더니즘 회화의 '완성'에 이르렀을 때, 물감을 흩뿌린 그림이 모더니즘 회화의 완성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가장 '평면적'이기 때문이라는데...
잭슨 폴록은 사실상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고 그저 물감을 흩뿌려놓았을 뿐입니다. 어떠한 깊이도 없고 어떠한 형태도 없으며 그저 '혼란스러운 평면'에 불과합니다.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잭슨 폴록의 회화가 오히려 가장 '그림의 본질', 즉 '평면'에 근접했다는 것입니다. - page 287
이런 맥락까지 이해해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점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대중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잭슨 폴록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고의 예술은 '숭고'를 표현하는 그림이라 하니... 도통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숭고'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과거의 예술작품으로부터 오랫동안 '숭고의 미술'은 존재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