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 모더니즘 회화편 - 14명의 예술가로 읽는 근대 미술의 흐름
박신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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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눈이 닿는 곳마다 명화가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하늘의 푸르름, 조금씩 물드는 알록달록 단풍들, 그리고 나들이 나온 이들의 미소...

그래서 '가을'이 참 좋습니다.

아름다움을 한껏 즐겨보고 싶었던 것일까...

간만에 미술 이야기가 읽고 싶었습니다.

잠시 나만의 전시회를 찾고자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기 팟캐스트 <후려치는 미술사>의 유쾌한 미술 이야기'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잠시 명화와 예술가를 향한 즐거운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모네에서 로스코까지, 미술이 가장 역동적이었던 그때

역사 속 가장 비싼 명화들을 통해

미술사의 흐름을 한 줄로 꿰는 재미!

이토록 재미있는 미술사 도슨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클림트의 <키스> 등.

너무나 익숙한 명화들입니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들 대부분은 '모더니즘 회화'라 합니다.

이 작품들 역시도 그렇고.

하지만 간혹 이런 생각을 해 보곤 할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이 그림은 왜 유명한 걸까?"

"물감을 흩뿌려 놓은듯한 이 그림이 세계 최고가로 거래되었다고?"

그럼 이 그림들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어떤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와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바나나가 자라기 시작했다면 바나나 자체보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더니즘 회화를 이해하려면 그것이 탄생한 모던 시대, 즉 근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 page 5

그 배경으로 '시민혁명'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권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며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자연스레 미술에도 전이되고 예술가들도 각자 하고 싶은 미술을 마음껏 창작하다 보니 이런저런 다양한 형식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모더니즘 회화의 다양성'.



그러다 어느 순간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겪게 되는데...

"그림이라는 게 도대체 뭐지?"

근대 예술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답을 찾아나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화가들은 계속 고민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단순한 미니멀리즘도 시도해 보고 수많은 비평가들과 함께 이런저런 논쟁의 과정도 거쳤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무오류의 완벽한 평면성'은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모더니즘 회화 전체를 관통했던 '그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한 세기를 이어온 모더니즘 회화가 끝나버린 것입니다.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 page 309 ~ 310

그럼에도 모더니즘 회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꿈을 좇던 예술가들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실패나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고 탐구했던 그들.

그 자체만으로 그들을 인정할 수 있었고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역시나 미술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예술가를, 그림을 어디에 포커스를 두는지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그래서 읽어도 또 찾아 읽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14명의 예술가와 작품, 인생을 미술사의 흐름으로 읽게 되니 그야말로 한 줄의 구슬처럼 꿰어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식민지들을 거느리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서면서 모더니즘 회화의 '완성'에 이르렀을 때, 물감을 흩뿌린 그림이 모더니즘 회화의 완성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가장 '평면적'이기 때문이라는데...

잭슨 폴록은 사실상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고 그저 물감을 흩뿌려놓았을 뿐입니다. 어떠한 깊이도 없고 어떠한 형태도 없으며 그저 '혼란스러운 평면'에 불과합니다.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잭슨 폴록의 회화가 오히려 가장 '그림의 본질', 즉 '평면'에 근접했다는 것입니다. - page 287

이런 맥락까지 이해해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점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대중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잭슨 폴록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고의 예술은 '숭고'를 표현하는 그림이라 하니... 도통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숭고'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과거의 예술작품으로부터 오랫동안 '숭고의 미술'은 존재했음에.



단순히 화려한 묘사가 없다고 해서 본존불상을 밀로의 비너스보다 못한 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둘은 아름다움의 종류가 다를 뿐입니다. 비너스는 '관능의 미'라면 본존불상은 '숭고의 미'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본존불상을 보면서 시각적 쾌감보다 마음의 위안과 경외심을 느낍니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표현하는 방식은 화려하기보다 차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과거에 있었던 '숭고의 미술'입니다. - page 298

역동적이었던 근대미술이 현대미술에서는 반대로 회화와 조각을 완전히 포기하고 설치미술이나 퍼포먼스, 영상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고민하고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에 앞으로의 미술은 무엇으로 기록될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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