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타인의 취향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타인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특히나 타인이 배우자일 경우는 더 그러한데...
다른 취향과의 공존은 칫솔을 나눠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갈등을 피하는 기술을 터득하기도 한다. 어쩌면 결혼은 이 차이에 대한 감각을 꾸준히 새롭게 하는 것이다.
"왜 맛이 없어?"
올비가 묻는다.
내가 말한다.
"왜 맛이 없냐는 질문은 왜 사랑하냐는 질문처럼 부조리해."
상대의 취향은 이해와 분석의 영역이 아니다. 우선 "왜?"라는 의문사 대신 "아!"라는 감탄사로 바꾸는 것이다. 너와 나는 이렇게 다르지만 너 같은 존재, 나 같은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 page 71 ~ 72
함부로 '이해'라 하지 말아야 함을.
그래, '아!' 하며 받아들이자 다짐해 봅니다.
요즘처럼 청량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느지막이 바깥나들이를 하곤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면 짙은 코발트빛으로 바뀐 하늘.
그 하늘을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위로를 받곤 하는데 저자 역시도 그랬습니다.
저녁 풍경과의 내밀한 만남, 문득 세상과 내가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저녁 풍경이 주는 감각적인 희열을 음미한다. 이 순간 나는 가장 완벽하게 존재한다.
길모퉁이를 돌자 어슴푸레한 저녁 거리 한가운데 불빛 없는 책방 간판이 또렷하게 보인다. 'Le bonheur', 하나의 행복이 아닌 '바로 그 행복'이다. 이따금 산책은 나에게 바로 그런 행복을 허락한다. - page 257
'Le bonheur'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긴 채 오늘도 산책길에 나서보려 합니다.
결국 '나'를 찾아가는, 자아를 잃지 않고 사는 법을 일러준 이 책.
덕분에 '나'라는 서재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채워나갈 이 서재에 난 어떤 책들로 채울까...
행복한 고민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