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련 - 철산사건일 한국추리문학선 14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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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은 죽지 않았다, 다만 탐정이 됐을 뿐!

우리가 아는 『장화 홍련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파헤쳤다고 하였습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아는 이야기이기에 더 흥미로울 것 같은 이 느낌.

읽고 난 뒤 이 신선한 맛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할까!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던 이 소설.

그 매력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귀신 보는 사또와 귀신보다 무서운 추리력의 홍련이 만나다!

조선 시대, 인간과 귀신의 아주 특별한 공조 수사를 그린 추리 로코물"

탐정 홍련



그녀는 검지로 서안을 두드렸다.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때문에 잠시 깨었던 전령이 다시 잠들 뻔했다. 펼쳐 놓은 검안서들에 해답이 있는 것일까? 시선은 줄곧 서책에 머물러 있었다.

...

"어찌 아셨습니까? 역시 추리 마님이십니다." - page 7 ~ 8

방 안에 앉아 있으면서도 천리경으로 본 듯 죽은 이의 사인을 밝혀내는 신통한 솜씨를 지닌 그녀.

그래서 봄날 나리꽃처럼 노랗게 피는 꽃인 원추리가 제 이름이지만, 그것보단 추리 마님으로 더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추리 마님이 되었는데...

"아무튼 귀신이라면 장화 홍련, 고것들 아닙니까." - page 10

처녀 귀신으로 죽은 자들이 손각시가 되어 철산에 부임하는 사또를 잡아먹는 소문은 이미 사실화가 되어 있었고 그 소문은 계속 소문을 키워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 관을 짤 새도 없이 죽어 나가니까 아예 대량 구매를 한 겁니다. 아무튼 철산이 폐읍되는 건 시간문젭니다."

"폐읍이라..."

"삼 년째 흉년이지. 원님들은 죽어 나가지. 백성들이 무슨 수로 먹고산답니까." - page 12

정말 장화 홍련 귀신 때문에 원님들이 죽어 나가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그녀.

추리 마님은 며칠을 고민하다 남편인 황 대감에게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사람들이 딱한 사정은 알겠지만 혹시라도 원추리가 위험에 빠질까 봐 그 일은 그만두라고 충고할 참이었던 그.

그런 그에게 맑게 웃으며

"누가 저를 기억하겠습니까, 이미 죽은 사람일 텐데요." - page 17

그랬습니다.

신분을 숨긴 채, 가짜 마님이 되어 문밖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여인들을 위한 탐정이 된 그녀는 다름 아닌 홍련이었습니다.

대감에게 호소를 하며 결국 자신이 이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 철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언니가 죽던 날, 저도 죽었습니다. 그리워하다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계모 때문에 계곡에 몸을 던진 언니를 따라 죽었다지요? 장화 홍련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저리도 많은데, 누가 제가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저와 언니 때문에 철산이 폐읍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겠습니다. 그 귀신의 정체를 제가 꼭 알아내겠습니다." - page 17 ~ 18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난, 귀신 보는 사또 정동호.

이들의 아주 특별한 공조 수사가 펼쳐지게 되면서 언니 장화의 죽음에 얽힌 단서들을 찾기 시작하는데...

홍련은 언니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홍련과 정동호의 티키타카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던 만큼 홍련의 몸종 방울이와 정동호의 몸종 쉰동이의 케미도 너무 예뻤습니다.

사건의 진실은 언제나 추악함으로 분노를 일으키지만 한편엔 풋풋한 로맨스가 그려져 '추리 로코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소설.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방울이의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었듯이...

"마님. 마님. 어쩌면 좋소. 이 죄를 어찌. 부모가 주신 몸을 더럽히고."

방울이의 그 말이 홍련의 가슴에 맺혔다. 죄라니, 이것이 죄란 말인가? 죄를 지은 자들은 다리 뻗고 옥사에서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고 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죄인은 따로 있다. 자책하지 마라."

하지만 방울이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사건 앞에서 자신을 몽땅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못 살겠소. 어쩌면 좋습니까, 마님." - page 490

처절한 울부짖음.

그런 그녀에게 전한 홍련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울아. 꽃이 졌다고 아무도 흉보지 않는다. 명년에는 또 명년의 꽃이 핀단다. 지금은 힘든 계절이겠지.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는 것처럼, 너에게 지금은 겨울이다."

"겨울이 지나갈까요?"

"그럼. 겨울이 빨리 지나가게 하는 방법을 아느냐?"

방울이가 고개를 저었다.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피곤하다. 얼른 자자." - page 562

소설을 읽으면서 문뜩 떠오른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2012년에 방영하였던 <아랑 사또전>.

이 작품도 귀신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또가 억울하게 죽고 기억실조증 처녀귀신 아랑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주곤 하는데 왠지 이 소설도 드라마화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았습니다.

탐욕의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던 이 소설.

지나친 탐욕은 결국 자신도 파멸하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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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12-20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관심 가지고 있었는데요, 페넬로페님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아랑사또전> 참 재밌게 봤어요. 좋아하는 사극 중에 하나입니다. 비슷한 느낌인가 봅니다. 혹시 이 책으로 땡스투가 들어온다면 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