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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김민형 교수.
그 덕분에 수학의 세계가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고 수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 깊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읽어내는 그 순수한 지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신간이 나왔기에 덥석 잡고 읽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2014년 『아빠의 수학여행』의 개정판이라고 하였습니다.
큰아들 오신에게 보낸 아빠의 인생 편지.
그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지...
"그래, 삶은 언제나 그런 질문을 기다리고 있지.
아들아, 너도 곧 너만의 답을 찾게 될 거야"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오신에게
아빠는 오늘 막 영국에 도착했다. 네가 얼마나 보고 싶던지 이렇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사실은 앞으로도 보고 싶은 마음을 참기 힘들 때마다, 아빠 가슴속의 작은 구멍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을 때마다 네게 편지를 쓸 생각이다. - page 15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 기대했던 여행길에 홀로 오르게 된 그.
두 아들과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다는 그의 표현이 참으로 아려왔습니다.
그 구멍이 메워지지는 않겠지만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을 때마다 아들에게 쓴 편지는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시작하여 그곳의 역사와 문학, 예술 작품들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사유를 더해 우리에게도 가슴 따뜻한 삶의 조언들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스무 편의 편지들 속엔 시구와 음악 이야기가 더해져 있었고 마지막 우리에게 던진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깊은 성찰로 이어지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고 할까...
가끔 사람들은 뭔가를 발견하러 길을 떠났다가 순전히 우연 때문에 전혀 다른 걸 발견하기도 해. 콜럼버스도 인도로 가는 새 항로를 찾으러 나섰다가 미국 대륙에 도착했잖니. 결국 이 발견은 그가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의미심장한 일이 되었지. 자기 집에 있는 보물을 찾으러 카이로로 떠난 사람 이야기도 아빠가 해줬던 것 기억나지? 그가 카이로에서 알게 된 것은 보물이 바그다드 고향집에 있다는 사실이었지. 많은 나라에 전해지는 오래된 이야기 중에 똑같은 요지를 담은 이야기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자기 집에 소중한 보물이 있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그래도 때로 사람은 단지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먼 길을 찾아나설 필요가 있단다. - page 171
진실을 찾기 위해, 삶의 심오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나섰던 그.
그가 전한 대답은...
언젠가 아빠는 기독교인이냐고 네가 물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지 않고 보통 대답하는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답은 '아니야'일 거야. 하지만 여느 때처럼 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이 질문은 결국 신을 믿는지 아닌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믿는다는 게 무엇인지조차 확실히 규정하기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나지. 이건 무척 복잡한 주제고 우리가 나중에 나는 게 더 많은 상태에서 대화하면 더 좋을 테니까 지금은 너무 깊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구나.
다만 삶의 심오한 문제들에 쉬운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중요하단다. - page 283
사는 게 그런 것 같아. 우리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면서, 서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때조차, 결국에는 같은 걸 찾고 있는 온갖 영혼들을 만난단다. 우리는 만나고, 기회가 주어지면 얘기하고, 서로 악수하고 아주 얇은 선이나마 한 번에 하나씩 연결점을 만들어가. 그리고 마침내 그 점들이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하나의 세계라는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거지. - page 289 ~ 290
그래서 스무 번째에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는 평생 빈에서만 살았지만 사는 내내 음악의 세계 곳곳을 여행했지. 소크라테스도 그리스가 스파르타와 전쟁했을 때를 빼고는 아테네를 떠난 적이 없지만, 플라톤의 세계에서는 책상 앞에만 앉아서도 어디든지 탐험할 수 있단다. 그러니까 수련 여행이란 플라톤이 설명한 죽음과 환생 사이의 시간처럼, 영혼의 여행 같은 거라고 아빤 생각해.
그럼 영혼이 우주로 날아올라 새로운 세계와 은하를 만났을 때는 뭘 배울까? 그건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 여행을 마친 영혼은 얼른 이
땅에 태어나서 부모에게 여행에 대해 전부 말해주고 싶어서 아주 신이 난단다. 바로 그래서 아기들이 그렇게 우는 건지도 몰라. 너는 다른 아기들보다 더 많이 울었는데, 그럼 이 세상으로 떨어지기 전에 다른 우주까지 한 번 더 갔다 온 걸까? 하지만 여행은 태어났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란다. 평생 같은 동에 한집에서 살든,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며 살든, 성지로 끝없는 순례를 하든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여행은 계속돼. 그러니까 우리는 삶에서, 죽음에서, 그 사이에서도 늘 여행하고 있다는 말이지. - page 306 ~ 307
세계를 보고 경험을 쌓으면서 이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수련 여행'이라는 말이...
그가 아들에게 전하는, 아니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수학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오신에게 전한 터키의 시인 나즘 히크메트의 시의 구절이 저에게도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이 한 문장은 저도 아이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믿고 자비로운 이 세상을 사랑하라'
앞으로 펼쳐질 이 세상이 아이에게 험난할지라도 이 말로 용기와 무엇보다 부모의 진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