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집밥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5
김경희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결혼하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집밥'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손맛이 담긴 '집밥'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도 엄마의 밥이 그리울 때면 종종 찾아가 밥을 먹곤 합니다.

(너무 자주 찾아간다는 게 함정이지만...)

똑같은 재료로 비법을 전수받았지만 왜 그 맛이 안 나는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집밥을 하며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이제는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기에 집밥을 만들며 단단해지고 싶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집밥』



그녀는 '집밥 애호가'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서른아홉에 찾아온 암이라는 녀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배가 채워지면 몸과 마음에 온기가 느껴지면서 마음의 허기를 채울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안 형편상 초등학생이 되면서 부엌일이나 밭일을 거들어야 했다. 처음에 엄마는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면서 재료 손질을 돕거나 간을 보게 했다. 식구 중에 가장 먼저 엄마가 해놓은 음식을 맛보거나 먹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게 어찌나 좋던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았지만 짧게나마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어 좋았고, 재료를 다듬으면서 중간중간 흥얼거리는 엄마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엄마가 밥 짓는 시간을 지켜보며 가슴 따뜻해졌던 것처럼 내 아이들과도 집밥을 먹으면서 시간과 추억을 오롯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 page 21 ~ 22


결혼 20년 차, 육아 19년 차에 아직 직업 현장에 있는 그녀.

일하면서 아이들을 챙기며 집안일까지 힘들 텐데 이왕이면 집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싱크대 앞을 벗어나지 못하고 종종거린다는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는 구체적인 집밥 메뉴와 요리법보다는 왜 집밥을 하게 되었고, 집밥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차곡차곡 엮여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집밥의 추억은 저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그리움을, 행복을 지어내주었습니다.


어릴 적 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속도가 느려 부모님 애간장을 녹였던 적이 많았다고 하였습니다.

유독 느리게 먹는 그녀가 언니들과 오빠, 심지어는 동생들에게 먹을 것을 뺏기고 배고파할 것을 염려해 매번 빨리 먹으라고 다그치거나 혼내 서러웠었다는데...


어느 날 울고 있는 나를 장독대로 따로 불러서는 귀한 청사과를 몰래 쥐여 주셨다.

"밥상 치워서 배고프지? 네가 미워서 혼내는 게 아니야. 형제들은 많은데 너처럼 먹다가는 다 뺏긴다. 빨리 먹는 연습해서 밖에 나가서도 네 몫은 야무지게 찾아 먹어라." - page 40 ~ 41


풋사과의 상큼함이 그대로 전해져 입가에 아렴풋하였다고 할까...


친정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

몸이 아플 때면 더없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녀에게는 고깃국이나 참기름을 넣고 밥솥의 증기로 만든 달걀찜.

그리고 감기에 걸릴 때마다 마시던 댕유자차.

읽으면서 나는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음식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사랑'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집밥'을 만든다는 건 그 어떤 일보다 숭고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불행은 초대하지 않아도 우리를 찾아오는데, 행복은 초대해도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행복감은 저절로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소소하게나마 집밥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행복을 만들어 갔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푸른 새벽, 도마 위에서 나는 칼질하는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졌던 어린아이는 집밥을 먹으며, 나이를 먹으며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 page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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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저도 어릴 적 엄마의 도마소리 들으며 조금 더 자도 되겠군 했던 기억이 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