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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여행 - 달라진 세상 새로운 여행
김소담 지음 / 정은문고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저 역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행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이니...
배낭여행이나 패키지여행?
아니면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
별다른 여행이 있을까...?!
저자 역시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왜 이 책을 펼쳤을까요?
당신이 모르는 여행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팬데믹 시대에 가능한 여행법을 찾기 위해?
혹은 잠들어 있는 낯선 감각을 깨워줄 신선한 여행기를 기대하고?
그게 무엇인지는 당신만이 알겠지요.
제가 이 책을 펼친건 '내가 모르는 여행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였습니다.
저자는 어떤 여행을 하였을지...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달라진 세상, 새로운 여행
『당신이 모르는 여행』

저는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몰랐던 여행.
바로 '헬프엑스 여행'.
헬프엑스는 당신이 모르는 그 수많은 여행법 가운데 하나예요. 도움이라는 뜻의 'Help'와 교환이라는 뜻의 'Exchange'를 결합한 단어지요. 헬프엑스 여행자는 호스트를 찾아 그 집에 머물면서 하루에 4~5시간 일을 돕는 대신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받으며 전 세계를 여행해요. - page 11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이미 5대양 6대륙에서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호스트들이 www.helpx.net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특히나 팬데믹 시대에도 여전히 헬퍼를 기다리는 호스트들이 많다는 것은 이 시대의 '여행'이란 개념을 확장시켜주곤 하였습니다.
아무튼!
헬프엑스 여행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니 참 매력적인 여행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돈'이라는 수단이 빠진 교환으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헬프엑스로 여행하면서, 저는 '세상은 넓다'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말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상상할 수조차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봤고, 그들과 제가 다르지 않음을 마음 깊이 느꼈지요. 헬프엑스로 여행하며 보고 들은 '삶의 이야기'는 그 어떤 경험보다도 절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 page 16
그래서 저자가 느낀 그 '무엇'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 읽는 저에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첫 헬프엑스 여행을 담은 이야기는 『모모야 어디 가?: 헬프엑스로 살아보는 유럽 마을 생활기』(정은문고, 2018)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헬프엑스 여행기로 '남아메리카'에서의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 생활(?)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의 만남과 에피소드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나 역시도 '남미'라고 하면 우선 위험하단 생각이 먼저 듭니다.
특히나 여자 혼자 그곳을 간다는 건...
그러나 나는 믿는다, 모르는 것과 위험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단순히 '모르는 것'을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진짜 위험을 위험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순진할 뿐이겠지만, 모르는 것을 위험한 것으로 착각해 인식의 지평을 좁히고 싶지 않았다. - page 23 ~ 24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모름을 위험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페루에서의 '대지'를 바라보는 시선.
"모모, 네가 본 저 위 돌무덤 말이야. 그 무덤에서 미라가 발굴되었을 때 어떤 자세였는 줄 알아? 마치 배 속 태아처럼 웅크려 있는 자세였어. 어머니의 자궁, 그러니까 어머니 대지로 만든 무덤과 어머니 대지로 만든 솥.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는 거야. 생명은 대지와 연결되어 있거든."
우리는 인간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고(삶을 시작하고), 어머니 대지로 만든 솥 안 음식을 먹고 살아가며(삶을 지속하며), 어머니 대지로 만든 무덤에 묻힌다(삶을 마친다). 어머니는 대지고, 대지는 어머니다. 이것이 바로 이곳 토속신앙이며 삶에 녹아든 철학이다. - page 68 ~ 69
'대지를 섬기'는 그들의 자세는 우리에게 그동안 대지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대지를 아니 자연을 '섬김'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정글도 우리에게 일러줍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물은 식수만 빼고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과일을 씻는 물, 생선을 손질하는 물, 화장실, 샤워, 설거지, 빨래...... 그야말로 모든 물이. 아침에 세수하러 강가에 가서 누군가 설거지를 하고 난 흔적, 가령 찰랑이는 스파게티 면발을 보면 강물이 '흐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곧 흘러갈 테니!
사실 연결이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는 잊고 살아가지만 본래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 생명은 순환의 원리를 따라 돌고 있다. 우리가 더럽히는 물은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 - page 161

콜롬비아에서도...

남아메리카에서 그녀는 지구와 인간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순환'하고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대지를 자연을 '섬김'의 태도로 살아가야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미국으로 와 헬프엑스 여행 중 코로나19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멈추었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자연과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인간이 멈춘 자리에 자연이 돌아오고 있다. 휴양지로 손꼽혔던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은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빛난다. 사람이 사라지자 플랑크톤이 돌아온 덕이다. 마치 빛 축제가 열린 듯 아름답게 넘실거리는 형광빛 파도를 보며 인간들은 놀라워했다. 매연과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개자 인도 히말라야산맥이 한 장의 엽서처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교통량이 줄어든 미국 어느 지역 고속도로에서는 차에 치여 죽는 야생동물이 44퍼센트나 줄었고 어떤 좋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기까지 했다. 아울러 코로나바이러스는 '시간'을 선사해 무엇을 잊고 살아왔는지 더 늦기 전에 경험하고 되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인간은 선물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며 어서 빨리 이 재앙이 지나가기만을 소망한다.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그 선물과 단절된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마음이 씁쓸하다. - page 338 ~ 339
나 역시도 선물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할까...
저자를 통해 환경문제, 퍼머컬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재활용 분리수거나 텀블러 사용과 같은 행동은 했지만 그동안의 지난 과오들을, 현재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내가 가지고 있던 시선들이 몰랐다면 지나칠 수 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아니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태도 역시도 바뀌어야함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