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땅끝으로 - 로마에서 산티아고 3,018km 순례길
정양권 지음 / 선한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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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 보고 싶은 길.

하지만 이젠 가볼 엄두를 낼 수 없는 이 길.

그렇기에 이 길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이번 순례길을 떠난 저자는 이 길 위에서 어떤 깨달음이 있었을지...

 

세상에서 땅끝으로

 

 

노란 화살표, 노란 가리비

이를 따라가면 어느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피니스테레(땅끝)로 연결되는 이 길.

그 길 위에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

그리고 '나' 자신.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순례길 속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그 어느 여행기보다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주님이 가셨던 그 길로 우리를 초대하셨다. 그 길이 바로 십자가의 길이며 (마 16:24), 희생제물이 되는 길이며 (롬 12:1), 이방인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장의 길이다 (롬 15:16), 로마에서 피니스테라까지, 총 3018km, 87일의 일상 속 매일 개혁되어지는 예배자로서의 훈련이 지금 시작된다. - page 37

 

저자가 이 길 위를 걷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종교개혁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긴 터널 속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성경에 있는 인물이나, 성경 이야기를 말하지만, 되려 성경을 이용하여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를 교회 예배시간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신본주의와 인본주의의 싸움은 교회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싸움이기에, 땅 끝으로 가는 길 위에서 하나님을 이용하여 나를 교묘히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돌아 보고, 또 살펴본다. - page 80

 

그렇기에 순례자의 길은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신본주의와 인본주의 사이...

 

복음을 전하는 자와, 복음을 들은 자가 만나는 곳엔 교회가 생기고 이 교회와 저 교회가 이어져 길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신앙인들이 그 순례길을 걷고...

그 길 위엔 서로를 위로해 주는 일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 존중해 주는 마음이, 사랑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이 비록 힘겨울지라도 마냥 힘겹지만은 않다는 것을,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거닐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87일.

순례길을 떠나기 전에도 분명히 하나님을 알고 있었고, 믿고 있었지만, 떠난 후 또 다른 깊이의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깊은 은혜를...

깊은 사랑을...

 

​무엇보다 마지막에 <존 번연 : 일상의 순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350여년 전에 씌여진 존 번연 목사님​의 '천로역정'.

​알고보니 그는 순례길을 걷지 않고도 참된 구원을 향한 순례자의 끝없는 여정을 그려냈다고 하니 어떻게 이 책을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마도, 존 번연 목사님의 일상 자체가 순례였지 않았을까요?"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생업을 이어받아 땜질하는 수선공으로 일찍이 벌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다녔어야 했죠. 그가 살았던 엘스토우와 베드포드 사이에는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지기 너무 무거웠던 짐이었기에 조그마한 오르막에도 어린 존 번연은 꽤나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천로역정의 배경은 그의 일상의 삶이었습니다."  - page 259​


 

종교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참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힘겹지만 너무나 숭고해 감히 무어라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이 길 위를 거닐 수 있을지부터 의문스러웠지만...

이 길을 거닐게 된다면 그들처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지...

읽고 난 뒤 묵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묵묵히...

작은 빛이 나에게도 비춰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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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1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순례길 꼭 가고 싶어요 종교를 떠나 걷다보면 별의 들판에서 페넬로페님 말씀처럼 작은 빛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이 참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