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2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 더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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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식물'과 관련된 책이라면 화사한 '꽃'이 있는, 아니면 '나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래서 더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 책.


잡초라고 얕보지 말라!

그들의 진면목을 알면,

감탄하게 될 것이다


전략가, 잡초

 



'잡초'라 하면 딱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나훈아의 <잡초>.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 나훈아의 <잡초> 중


노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잡초'라 하면 딱히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개나리, 벚꽃, 해바라기, 장미처럼 특정 이름을 간직하지 않고 그저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었다는 표현보단 자랐다고 표현하게 되는 '잡초'들.

새삼 놀라웠습니다.

이들도 자세히 보면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싹을 틔웠을 텐데...

그저 '잡풀'이라고 뭉뚱그려 '잡초'라고 했다는 점에서 만약에 잡초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서운하지 않았을까...


먼저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스팔트 틈새에서 무가 싹터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화제가 될 때가 있다. 이때 길가에서 자라난 무는 잡초일까, 아닐까? 학교 텃밭에서 감자를 키우다가 갈아엎고 꽃을 심어 화단으로 꾸몄는데 꽃들 사이에서 감자가 불쑥 자라났다면 이 감자는 잡초일까, 잡초가 아닐까? - page 17


선뜻 답을 할 수 있나요?

저는 망설여졌습니다.

이 질문을 하고 난 뒤 저자는 친절하게 잡초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잡초는 잡동사니에도 비유할 수 있다. 잡동사니는 다른 사람은 하찮게 볼지라도 그 주인에게는 고이 아끼는 보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소중한 물건이 잡동사니 취급을 받아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일도 종종 있다. 잡초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잡초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과학적 정의로 볼 때 잡초의 기준은 참으로 어중간하다. - page 19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관점'

결국 우리가 무엇을 더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잡초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잡초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밟아도 쓰러지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특히나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잡초를 보며 우리는 더 이상 이들을 무시해서는 안 될,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존중해야 함을 깨닫게도 해 주었습니다.


잡초가 가소성이 크다는 말은 '바꿀 수 없는 것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꾼다'는 뜻일 것이다. 잡초는 환경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밖에 없는데 잡초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잡초 자신이다. 이것이 바로 잡초의 가소성이다. 그리고 잡초가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는 이유는 '변화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식물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꽃을 피워 씨앗을 남기는 것이다. 잡초는 이 부분에서 흔들림이 없다. 잡초는 어떤 환경에서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다. 씨를 생산해야 한다는 목적이 명확하므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그래서 잡초는 크기를 바꾸거나 생활 패턴을 바꾸거나 자라는 방법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 page 88


우리도 살아가면서 바꿔도 좋은 것과 바꾸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꿔도 되는 것을 고집해서 괜히 에너지를 허비하기보다는 바꿔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을 지키면 된다. - page 89


그렇기에 잡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함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은 잡초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 page 193


이 이야기는 비단 잡초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에머슨은 우리가 잡초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듯 주변에 넘쳐나는 가치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가치있는 것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발밑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치는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 page 193 ~ 194


그래서 마지막 장에 나온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잡초도 그랬듯이 대단한 확률 속에서 태어난 우리 모두는 '선택받은 자'들이란 사실을, 그래서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이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어떤 식물보다 '잡초'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심코 밟고 지나쳤던 잡초들.

아마도 그들을 향해 나태주 시인이 「풀꽃」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그들에게서 얻게 된 삶의 지혜와 동시에 따스한 위로.

이젠 제가 그들을 향한 시선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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