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 초판본 비밀의 화원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월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차가운 겨울바람 때문인 걸까...

시린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THE SECRET GARDEN'

당연히 『비밀의 화원』의 주인공인 '메리'가 떠올라야 하는 게 맞을 텐데...

제 머릿속에 현빈과 하지원이 떠오르는 건... 거품키스랑...

(죄송합니다...)

 

어릴 적에 읽어보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 시점에서 다시 만나게 된 '메리'.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었는데 이번에 '오리지널 초판본'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최대 걸작

영화 <시크릿 가든> 원작 소설

 

비밀의 화원

 

 

인도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병치레가 잦았던 탓에 머리색도 노랗고 얼굴색도 노리끼리한 소녀, '메리 레녹스'.

애초에 딸을 원한 적이 없었던 어머니는 메리가 태어나자마자 가정부 아야에게 맡겨지게 됩니다.

그래서 메리는 부모보단 검은 얼굴의 아야와 다른 원주민 하인들과 익숙하게 지내게 됩니다.

아무래도 하인들과 지내다 보니 뭐든 메리가 시키는 대로 하고 뭐든 메리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기에 점점 포악하고 이기적인 욕심쟁이 아이로 자라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묘하고 이상했습니다.

치명적인 콜레라가 퍼져 아야가 막 숨을 거두게 되고 그날 하루에만 하인 세 명이 더 죽었고 죽지 않은 하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달아난 것입니다.

공포가 사방에 깔리고, 집집마다 사람이 죽어나가게 된 상황.

이젠 부모님마저 잃게 된 상황에 메리는 그야말로 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부인은 아이한테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 아야가 죽고 나서는 아무도 저 어린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거죠. 하인들이 다 도망가고 그 텅 빈 집에 아이 혼자 남아 있었다고 생각해봐요. 맥그루 대령이 문을 열었다가 방 한가운데에 아이 혼자 서 있는 걸 보고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다잖아요." - page 20

 

결국 메리는 영국 요크셔에 살고 있는 고모부 크레이븐의 저택에 가게 됩니다.

등이 굽고 성격이 모난, 사랑했던 고모가 떠난 뒤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 하는 분이었습니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저택.

단정해 보이는 노인이 말을 건넵니다.

 

"메들록 부인, 부인이 할 일은 주인님을 방해하지 않는 것과 주인님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요." - page 35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미녀와 야수>의 '야수'와 고모부가 많이 닮아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외모 때문에, 그리고 젊었을 때 모난 성격 때문에 결국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려하던 '야수'와...

 

메리는 인도에서 했던 것처럼, 원주민 하인들이 굽신거리며 자신이 원하는 바는 다 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이곳은 영국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배워야겠네요. 지금보다 애기가 될 순 없잖어요. 스스로 돌볼 줄 알아야 자기헌테두 좋구요. 우리 엄니가 늘 그러셨거든요. 높은 집 아이들이 왜 바보 멍충이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구요. 유모가 옆에 붙어서 씻겨줘, 옷두 입혀줘, 산책두 시켜줘, 강아지 새끼마냥!" - page 40

 

음...

사실 뜬금없이 우리의 사투리가 나와서 당황스럽긴 하였습니다.

요크셔 지방의 사투리를 표현하고자 했다지만... 흐름이 살짝쿵 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메리는 낯선 많은 것들을 조금씩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하녀 마샤와 함께 집 안을 둘러보게 된 메리.

이 집에 오기 전에 십 년 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화원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에 꼭 화원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곳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살아 있는 꽃이 있을지...

어?

문이 잠겨있지 않은 화원이네??

 

 

정원들을 둘러보고 온 메리.

처음 들어갔던 주방 텃밭으로 돌아왔다가 땅을 파고 있던 노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노인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자 가슴이 붉은 '붉은가슴울새'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습니다.

 

"나랑 친구 할래? 그럴래?" - page 60

 

그리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 울새.

 

"울새가 담 너머로 날아갔어! 과수원으로 날아갔어...... 저쪽 담을 넘어서...... 문이 없는 정원으로 들어갔어!"

벤이 말했다. " 거서 사니까요. 알두 거서 깨구 나왔구. 지금 녀석이 알랑거리는 울새 아가씨도 거기 오래된 장미나무 사이서 살아요."

"장미나무? 거기 장미나무가 있어?"

웨더스태프가 삽을 집어 들고는 다시 땅을 파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십 년 전에 있었다구요."

"보고 싶어. 초록색 문은 어디 있어? 어딘가에 문이 있을 거 아니야."

벤은 삽을 땅속 깊이 찔러 넣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을 걸기 힘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십 년 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메리가 소리쳤다. "문이 없다니! 그럴 리 없어."

"누가 찾을 수도 없구, 누가 상관할 일두 아니요. 괜한 오지랖으루다가필요두 없는 일 들쑤시구 다니지 마시요. 난 일 때문에 가야겄네. 아가씨두 가서 노시요. 난 시간이 없어서." - page 60 ~ 61

 

울새 덕분에 비밀의 화원 열쇠를 얻게 되고 마침내 비밀의 화원을 알게 된 메리.

그리고 우연찮게 만나게 된 디콘과 함께 화원 안으로 들어서게 되고...

 

"여기야. 이게 비밀의 화원이야. 이곳이 살이 있길 바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고."

디콘은 화원을 둘러보고 또 둘러보았고, 또다시 둘러보고 한번 더 둘러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 묘허구 아름다운 곳이네요! 마치 꿈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어요." - page 141

 

그렇게 소설의 주 무대가 될 비밀의 화원에서 펼쳐질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

메리 역시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고...

아름다운 장미나무가 펼쳐질,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피어날 비밀의 화원 속 이야기에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지...

 

소설 속 메리도 그렇고 그녀의 사촌인 콜린도 그렇고 둘 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원치 않았던 딸이라서 하인들 손에서 자라야만 했던 메리.

어릴 때부터 오래 살지 못할 거라며, 아버지처럼 곱사등이가 될까 봐 방 안 침대에만 누워 혼자서 시간을 보낸 콜린.

이 둘은 서로가 너무 닮았기에 더없이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콜린이 비밀의 화원에서 외친 이 한 마디.

부모의 입장이라 그런지 가슴이 메여지곤 하였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게 된 동화, 『비밀의 화원』.

메리가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나니 참 다행이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 없이 맑게, 밝게 자랄 수 있는 아이들.

그들의 미소를 좀 더 지켜주지 못한 점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정인이 사건'이 문뜩 떠올랐습니다.

'부모'라는 이름 하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

그들을 욕하기 전 우리 사회는 어떠했는지 그 책임부터 묻고 반성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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