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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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그려진 몽환적인 한 여인.

저 여인이 아마도 '인어'인가 봅니다.


"내 소금만 손대지 마. 그럼 괜찮을 거야."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특별한 인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습니다.


소금 비늘

 


'백어도'.

예전에 백어석, 즉 백어의 몸에서만 자란다는 비늘 모양의 소금이 나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 백어는 인어를 가리키는 말로, 백어석은 전설의 소금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백어가 인어가 아니라 다른 물고기를 가리킬 경우 백어석의 존재는 실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윤달 초아흐레.

별어마을 사람들은 수년 전부터 백어도에 있는 남정심의 무덤을 육지로 이장하는 일을 추진하였었습니다.

결국 이장을 하기로 결심한 순하는 별어마을 남자들과 함께 어머니 남정심의 무덤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돌무덤의 쌓인 돌을 걷어내고 마침내 뚜껑돌을 들어냈을 때.


수의는 썩을 대로 썩어 검푸르죽죽한 흔적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나신을 드러낸 망자의 전신은 흰 비늘 같은 것이 잔뜩 달라붙어 하얬다. 남정심의 두 무릎은 피부에 돋아난 흰 비늘들에 의해 하나로 붙어버렸고, 열 개의 발가락 역시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며 자란 흰 비늘들에 뒤덮여 마치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처럼 보였다. 뺨과 목덜미, 가슴을 감싼 흰 비늘들은 팔을 타고 손톱 끝까지 자라 있었다. 옅은 햇빛이 닿자 흰 비늘들은 이내 투명해지며 눈부신 빛을 뿌렸다. - page 16 ~ 17


너무나도 기이한 모습.

마치 전설 속의 '백어'와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순하는 무덤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를 하게 됩니다.

사람들 역시도 저 괴이한 시신의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새삼 의구심이 들었기에 그대로 두기로 합니다.


그런데...

일행 중 하나 둘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둘은 남정심의 흰 비늘을 몰래 가져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고...


아청색을 띠는 신비로운 눈동자, 희게 빛나는 피부,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해초처럼 살랑이며 구불거리는 암갈색 머리칼을 지닌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한마리'.

그녀는 벽화를 그리는 예술가이자 백어였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주로 바다를 그리는데 소금 비늘로 그림을 그리기에 그 다채로운 오묘한 빛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녀의 남편 '용보'.

어느 날 수납장에서 아무런 무늬와 표식이 없는 네모난 청색 양철통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안엔 날카롭게 날이 선 흰 조개껍데기들이 3분의 2 정도 들어있었습니다.

바로 마리의 소금.

그 소금의 정체를 알게 된 용보는 돈에 눈이 멀어 마리가 결혼 전 자신의 소금에 손을 데지말라는 금기를 어기고 조금씩 훔치기 시작하고...



용도, 그의 최후는 어떻게 될지...


우리는 진실 앞에서도 믿질 않았습니다.

왜 그리도 불신이 가득했는지...

진심으로 다가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자 했던 인어...


결국 진실은 인간의 욕심에 가려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뒤늦은 후회를 하는 그들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훗날 누군가 염린등의 비늘 하나를 뜯어 햇빛이나 달빛에 비춰 보면 그때서야 그를 발견해낼 것이다. 빛나는 작은 소금 조각에 갇힌 어느 초라한 인간의 영혼을. - page 447


순식간의 백어의 전설 속에 빠져들었기에 이야기가 끝난 이 순간에도 그 여운이 남아 잠시 허우적거렸습니다.

아마도 저도 소금 비늘의 빛에 홀렸었나 봅니다.


어디선가 또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하는 '백어'를 만나게 되면 당신은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시길 바래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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