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믿고 읽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바로 전 작품에선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지고 독자들 앞에 섰는데......

이번엔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이 그려졌습니다.


지난 생을 돌아보고 다음 생을 결정짓는 심판.

천생연분을 몰라본 죄, 재능을 낭비한 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심판


수술실로 옮겨진 '아나톨 피숑'.

마취 후 긴급 수술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외과 의사들의 손놀림은 빨라지는 긴급한 상황.

심전도계 비프음이 들려옵니다.


여자 외과 의사 이게 될 리가 있나. 내가 말했잖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빨리 봉합해야지. 여기 터지네. (관이 터지는 소리) 거봐, 내가 뭐랬어! - page 14


어차피 폐암에 기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지만......

아재미앙 남자 외과 의사는 자신의 근무 시간을 다 채웠다는 이유로 수술 도중에 휴가로 골프를 치러 가겠다고 나가 버립니다.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여자 외과 의사 불쌍한 아나톨 피숑. 어쩌다 휴가철 절정인 8월 15일에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가지고...... - page 17


아나톨 옆에 한 여자분이 보입니다.

그는 침대에 앉아 환한 표정으로 몸 여기저기를 만지더니 수술이 성공한 것인냥 최상의 컨디션입니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지상이 아닌 천국.

그의 곁에 있던 그녀는 그의 수호천사이자 심판에서 변호를 맡은 '카롤린'이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서 들어서게 된 심판 앞에 그는 천국에 남을 수도, 아니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에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그의 죄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베르트랑 피숑 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아나톨 우리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 아닌가요. - page 128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들이 이곳 천국에선 '죄'에 해당되었습니다.


 


이것이 죄라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도전', '용기', '시도'라는 것이 그리 밝은 미래를 제공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아나톨이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나톨 제 삶이요? 음...... 저는 꽤 좋은 사람이었어요.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아내에게 충실했죠, 그리고 좋은 가장이었어요. 사람들한테 지갑도 잘 열었고요. 일요일마다 미사에 가는 가톨릭 신자였고, 윗사람과 동료에게 인정받는 좋은 직업인이었죠. - page 107


아마도 작가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아니었을까?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나요?'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며 저 역시도 자꾸만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아나톨과도 비슷한 제 모습에 참으로 씁쓸한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지난 생을 돌아보고 다음 생을 결정짓는 심판 앞에,

'당신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읽으면서 자신에겐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지, 그리고 남은 생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