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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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스토리텔러, '온다 리쿠'.

솔직히 저자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만큼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연이 닿았습니다.


그런데 제목과 달리 문구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해 주었습니다.


다섯 소녀가 모여 살게 된 '여름성'에서

소녀가 알게 된 비밀이란?


7월에 흐르는 꽃

 


6월 초라는 어중간한 시기에 전학 오는 바람에 아직 친한 친구를 만들지 못한, 언덕과 돌계단과 돌담이 유난히 많은 '여름이 흐른다'는 뜻의 가나시라는 독특한 이름의 마을에 온 '미치루'.

종업식이지만 소녀의 가방 속엔 미술 수업 시간에 그린 수채화 한 장뿐이었습니다.


여름사람.


솔직히 여름사람이 무슨 뜻인지 몰라 주저하는 소녀와는 달리 쓱쓱 붓을 놀리며 그림에 열중하는 아이들.

소녀는 일단 여름 풍경과 사람을 그려나가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녹색 사람.


머리칼도, 얼굴도, 손도, 발도 초록색인 사람을 그린 아이들.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다 미치루의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너는......."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선생님, 오키 미치루는 지난주에 전학 왔어요." - page 16


선생님께 대신 대답을 해 준 반장 사토 스오.

미치루는 스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그 애는 다시 자신의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있잖아, 이 사람은 누구야? 유명한 사람이야?

미술 시간이 끝나고 미치루가 옆자리 아이에게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더니, 그 애는 "녹색남......"이라고 말을 하다가 황급히 말을 고쳤다.

그래, 이 주변에 있는 여름시람이야. 모두 알고 있어. - page 17


여름사람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림을 둘둘 말아서 가방 안에 쑤셔 넣곤 집으로 가는 길에 화과자 가게에 들어가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가 다도를 가르칠 때 사용하는 과자를 가지러 가곤 하는데 오늘은 곧장 집으로 가기 아깝다는 생각이었을까......

평소처럼 무심코 커다란 타원형 거울 앞에 섰는데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쿵쾅, 쿵쾅.

직감적으로 소녀는 알게 됩니다.


녹색남자.


두려움에 도망치던 중 눈앞에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사토 스오.


스오는 걱정스런 얼굴로 미치루를 바라보는데 미치루의 가방에 스오의 시선이 머뭅니다.

미술 시간에 그린 도화지 안에 끼워진 초록색 봉투.


"오키, 너."

스오는 미소를 지은 것 같기도 하고 놀란 것 같기도 하며 화난 것 같기도 한 기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여름성의 초대를 받은 거야." - page 30


그렇게 '여름성'에서의 여름 캠프 초대장으로 미치루와 오키를 비롯한 네 명의 소녀들과 함께하는 오래된 성에서의 생활.

왜 이 소녀들은 성에 초대된 것일까?

과연 녹색남자는 누구일까?

미치루와 함께 길고 기묘한 여름, 여름성으로의 초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와......이런......

처음엔 기묘한 느낌이, 점점 진실을 향해 갈수록 가슴 찡한......

결국 마지막에 눈가에 눈물이 고이곤 하였습니다.



소녀들이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한 '불꽃놀이'의 의미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아, 막대 불꽃을 보면 왜 쓸쓸해지는 걸까?"

미치루가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하자 아키요가 빙긋이 웃었다.

"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가나가 옆에서 물었다.

"돌아간다고? 누가?"

아키요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가볍게 중얼거렸다.

"......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

다음 순간, 모두 일제히 숨을 들이마셨다. - page 82


아마 이 책을 읽고난 독자라면 다시 책 제목을 읊조릴 것입니다.

7월에 흐르는 꽃......

꽃......

아름다운 그 순간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고 그렇게 저무는......

한 떨기 꽃이 마치 '막대 불꽃'과도 닮아있기에 더없이 아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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