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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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였을 것입니다.

심장을 쫄깃하게 오싹하였던, 그보다 더 생각지도 못한 대반전까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대사.


"사랑하는 내 딸, 항상 지켜보고 있어. 네 뒷집에서."


또다시 작가 '민카 켄트'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어떤 사건이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건 내 삶이야. 내 모든 걸 빼앗아갔어!"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가 너였을 때

 


내가 운이 좋았다고들 했다.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달 없는 하늘 아래 칼에 찔리고 폭행당해 피투성이인 채로 내 사무실 앞 골목에 쓰러져 있던 나를 발견한 경찰까지 다들 같은 말을 했다. "운이 좋아 죽지 않았다"고.

정말 그럴까? - page 11


퇴근길.

강도 사건을 겪게 된 '브리엔'은 전국적으로 방구석 탐정들의 탐욕스런 호기심을 채워줄 소재로 보도되지만 실상 그 사건에 관해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정신적 트라우마와 함께 사람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지게 되비니다.


이제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잘 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바람을 피우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상처를 주고, 조종하고, 비밀을 만든다. 흔해빠진 가면을 쓰고서.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른다.

어떤 사람들은 비대한 자아와 본능이 인생이란 차를 운전하게 내버려두고 제정신은 멍하니 조수석에 앉힌 채 자기 잇속만 챙기며 살아간다. - page 14


그나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룸메이트 '나이얼'.

그가 곁에 있는 동안엔 자신의 인생 자체가 되어버린 괴상한 거품에서 잠깐씩이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무심한 듯 하지만 그의 눈빛에 슬픔이 어려있는, 자신을 동정하는 듯한 나이얼에게 좋은 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길 바라곤 합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브리엔의 이름으로 된 집 임대 서류가 날아오게 됩니다.

2주일 전쯤 부동산에 찾아가 원룸을 임대하고 6개월치 월세를 냈다는 이야기가 혹시 강도 사건 때 자신의 신분을 팔아넘겨졌으리라 의심하게 됩니다.

6개월이 다 되도록 범인에 대한 실마리 하나 찾지 못했는데......

이 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으로 찾아간 브리엔.

그곳엔 아직 풀지 않은 이삿짐 상자들이 그득하고 가구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씁니다.

잠시 후 카운터 위에 놓인 밀봉되지 않은 봉투가 눈에 띄게 됩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임대 계약서가 있었는데 서명된 계약서의 날짜 옆에 자신의 필체가 아닌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그 때.


현관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곤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게 되고 그녀는 현관문 안쪽의 작은 벽장에 몸을 숨깁니다.

그런데......

슬쩍 문틈 사이로 본 자신의 이름을 사칭한 이는 자신과 비슷한 외모와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누구인가!

사건을 향해 갈수록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소설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내가 믿고 있는 사람이 정말 믿어도 되는건지, 누굴 믿어야 하는건지,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 자체가 소름이었습니다.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 page 179


그래서 이 소설이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게 됩니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기 싸움은 소설의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사람', '인간관계', '믿음', '사랑'.

진정 나는 어떤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 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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