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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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실제 그곳은 어떨지 상상하곤 합니다.

주인공들이 거닌 그 거리......

주인공들의 주무대가 된 그곳엔 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문학에서 느낀 감동을 직접 전해줄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문학을 따라 여행하는,

문학 속에서 '내가 되는 것'을 발견하는 값진 여정!


이라 하였기에 그와 함께 작품의 작가와 흔적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여행에 가기 앞서 <서문>에서의 저자의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내게 있어 문학과 여행은 나이면서 나를 바라보게 하는 어떤 대상이다. 그 두 개의 현으로 연주되는 일상은 하프의 선율로 흐르는 음악이요, 슬픔, 우울 같은 삶의 그늘마저 태양으로 빛나게 하는 그림이다. - page 4


제 귓가에서도 하프의 선율이 잔잔히 울렸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문학과 여행을 떠나봅니다.


첫 여행지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낳은 영국의 하워스였습니다.

『폭풍의 언덕』끝 대목 히스클리프 무덤 근처에 피어 있었던 히스 꽃은 현지인들이 스탠버리 무어라 부르는 바람의 언덕의 들판에, 고사리과 풀들과 함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샬럿이 12월 추위 속 벌판을 헤매어 생의 마지막에서 앓고 있는 에밀리를 위해 꺾어 주었다는 그 꽃은 여전히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게 살고 있었고 『폭풍의 언덕』을 한 페이지씩 다시 읽어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왠지 그곳에서 전하는 히스 꽃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제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지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모델이 된 루마니아의 브란성.

 


드라큘라성이라 불리기엔 너무나도 동화적이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브란성.

라운드 타워, 게이트 타워, 동쪽 타워 등 외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내부에 있는 좁은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곡선의 난간들, 그 난간에서 내다보는 멀고 가까운 경치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지만 전설과 소설, 역사적 실제 인물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스토리텔링으로 이 성이 저에겐 아름답지만 더없이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도 긴 여운을 남겼던 마지막 여행지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의 일본 유자와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추어섰다." - page 227 ~ 228


소설의 첫 장면.

눈 속의 역의, 신비롭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역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가지만 역시 세월의 흐름은 변화를 막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이 의미있는 것은 소설이 남긴 진한 향기의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생각에 생각의 계단을 밟고 밖으로 나왔다. 눈은 자꾸 내리고 시간은 자꾸 흐르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너무나 아름답고도 슬프고 충분히 사랑하지도 충분히 슬퍼하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들이 해체된, 희로애락의 그 너머에 별처럼 차갑게 지금도 떠 있다.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도 차갑게 끝났다. - page 238


한 권으로 문학을 따라 그곳에서의 문학의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짧은 여행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다시 문학 작품을 찾아 이 책을 읽게 되면 또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곳들이 다시 그리울 때 마음으로 들르면 여행의 모든 길들은 다시, 즐거움으로 가는 새로운 길들이 되어 주고, 나를 지나간 수많은 장소들은 현재 속에서 또다시 쓰이는 역사처럼, 내 안에서 다시 태어난다. - page 4 ~ 5


앞서 그가 했던 이 말처럼 문학 속에서 '내'가 다시 태어나 '내가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를 비롯한 문학이, 장소가, 저자가 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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