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한 그의 작가로써도 인간적으로써도 꾸준함과 상상력은 그가 최고의 작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일러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그가 전했던 이야기.

베르나르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기억할 것은 무엇일까? 베르나르는 어떤 인물일까? 선구자, 혹은 대담한 예지자?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이상주의자? 베르나르는 사람들에게 소설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로 기억되고 싶어 할 것이다. 베르나르의 이야기들은 우리로 하여금 한발 물러서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 page 347 ~ 348


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생' 아니면 '내생'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우리가 기억할 것은 무엇인지 소설의 첫 장을 펼쳐봅니다.


기억 1, 2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 1권 page 13


조니 알리데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르네 톨레다노'는 직장 동료인 엘로디와 매주 일요일 저녁에 의식처럼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함께 공연을 보고 피자를 먹으러 가는 일.

마술을 좋아하는 르네와 최면을 좋아하는 엘로디는 지난 일요일에 마술 쇼에 엘로디가 데리고 가줘서 이번에 <판도라의 상자>란 <최면과 잊힌 기억들>이란 공연을 보러 오게 됩니다.

그러다 최면사 '오팔'의 공연 클라이맥스가 될 마지막 쇼에 지원자로 선택된 르네.

최면사는 그를 맴돌 듯 그가 앉아 있는 의자 한 바퀴 빙 돈 후 말을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려는 건 단기 기억도 장기 기억도 아닌...... <심층> 기억이에요. 아주 깊은 심층의 기억 말이죠. 자, 지금부터 당신의 의식 아래 켜켜이 쌓여 있는 기억의 지층들을 함께 발견해 보기로 해요. 당신을 당신이게 만드는 바로 그것을 말이에요. 심층 기억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셨어요?」 - 1권 page 17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르네.

하지만 최면에 응하지 않으면 쇼를 망쳤다고 원망할 엘로디가 떠올라 최면사의 지시에 따라 <무의식의 문>을 열게 됩니다.


번호가 붙어 있는 문들이 쭉이어진 복도.

문들은 하나같이 흰색이고 문마다 금박 명패에 검은색으로 숫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숫자가 뭐예요?

흐릿한데. 초점을 모아 볼까.

「111.

「그건 당신이 지금 나온 게 112번 문이라는 뜻이에요. 당신을 112번째 생을 살고 있는 거죠! 이제 어떤 전생에 가보고 싶은지 생각해 봐요. 가장 가보고 싶은 전생을 골라 봐요.」 - 1권 page 20


그는 가장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때가 궁금하였기에 빨간 불이 들어온 109번 문을 천천히 열면서 그의 전생의, 내생에서의 모습이 그려지게 됩니다.


예기치 않았던 <심층 기억>의 등장으로 혼란을 겪는 르네.


내 두꺼운 무의식의 문 뒤에 살인자가 숨어 있었어. 최면이 일상적 기억 뒤에 묻혀 있던 그 기억을 끄집어 올린 거야. 거기만 가지 않았어도 그 기억을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얼굴에 찬물을 어푸어푸 끼얹는다.

기억의 실체를 알아야겠어. - 1권 page 49


기억의 실체 끝엔 과연 '나'라고 믿었던 내가 진짜 '나'인 것일까?

소설은 전생과 현실을 오가며 '기억'을 통해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되돌아보며 진정한 '나'를 깨닫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게브외의 내 전생들은 하나같이 슬픈 삶을 살았어.

게브와 나 사이에 존재했던 110개의 삶은 빈한하고 한계도 많은 삶이었어. 가자아 많은 잠재력을 지닌 건 현생의 나, 르네 톨레다노의 삶이야.

내 과거의 삶들을 지각할 수 있게 된 지금, 나는 한 차원을 뛰어넘었어. 내 정신 깊숙이 숨어 있던 비밀을 발견하기 시작했어. 거기엔 보물과 함정이 공존하고 있지. - 2권 page 10 ~ 11


저 역시도 1권 초반에 나온 르네와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최면, 전생에 대해 믿지도 않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르네처럼 알 수 없는 이끌림과 과연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2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1869년 사망해 파리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의 무덤에 세워진 흉상 밑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존재하고, 모든 현명한 결과에는 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원인의 힘이 결과의 위대함을 결정한다.>


카미유 플라마리옹은 장례식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심령술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

알랑 카르데크의 비석에는 그가 주장한 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태어나서, 죽고, 다시 태어나, 끝없이 나아가는 것, 이것이 법칙이다.> - 2권 page 350


아마도 기억의 파편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가 존재함을 일러주는 것 아닐지......


소설의 마지막에 그의 이야기.


 


약간의 신비로 남겨둔 뒷 이야기.

어떤 이야기로 만들어갈지는 자신의 몫임을, 그리고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 이 기억이 '나'를 만들어간 일부였음을 기억의 저편에 또 하나의 문을 세워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