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 나라 - 마의태자의 진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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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

잔혹하면서도 비참해지는 사실에 때론 고개를 돌리지만 그래도 이 또한 우리의 역사라는 점에서 마주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

또다시 가려졌었던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마의태자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북방의 땅에서 새로운 제국을 건설했다!"


《삼국사기》속에 나타난 마의태자의 모습은 어떤 진실 속에 가려진 것일지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김의 나라

 

진국은 무엇에 쫓기는 듯 잠에서 깼다. 새벽 3시였다. 옆에서 작은 소리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까치발로 침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불 꺼진 거실에 앉아 머릿속에 휘날리는 생각의 파편들을 그냥 춤추게 놔두었다. - page 20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그 '진국'.

그가 뒤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영화《마지막 황제》의 한 부분이 마치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기 때문이었습니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 그가 인민재판에 넘겨진 이후에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진국은 심한 전류가 몸을 타고 흐르듯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의 이름은 '애신각라 부의'였다. 그의 성이 애신각라였던 것이다. - page 20


애신각라.

한자를 풀이하면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하라'는 의미로 신라 멸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작된 마의태자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진국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의태자에 대한 의문은 기존의 역사학자들도 자료가 없어서 포기한 상태였고 그 역시도 어느새 햇수로 10년을 넘기고 있는 상태.


그런 그에게 희망의 빛줄기와도 같은 카카오 보이스톡이 울립니다.

발신자는 중국에 피디 특바원으로 나가 있는 조명대 선배.


"야, 내가 건수 하나 올렸어. 이거 맨입으로는 안 되겠는데, 좋은 술 한 병 사 들고 중국으로 건너와." - page 23


유달리 큰소리치는 선배의 목소리에서 자신이 그토록 찾고 있던 정보를 알아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 진국은 다음날 당장 중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진국과 명대는 청나라 건륭황제의 7대손이자 현재는 베이징 수도대학에서 명예교수로 있는 김술 고수를 찾아가 마의태자에 대해 한 걸음 다가가게 됩니다.


"마의태자 김일을 아십니까?"

"우리의 성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우리의 성은 애신각라였습니다. 애신각라는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하라는 의미로 김과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신라를 사랑했으면 그 이름 속에서 애신각라로 각인시켰을까요?"

...

"애신각라의 시조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이십니다. 우리 청나라 황실 가문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오늘날에도 비밀인 것은 청나라 황실이 신라의 후손이라면 지금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page 29 ~ 30


그렇게 시작된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의 흔적이, 그리고 그의 흔적을 좇는 진국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점점 기울어져가는 신라.

조여오는 고려보다 신라의 무너짐을 부치긴 것은 자신의 안위를 보존하고자 했던 신하들이, 그리고 무능함과 비겁함을 지닌 지도자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시사하는 바와 같이 천년의 신라가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오백 년의 조선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본에 강제 점령당했을 때의 모습과도 닮아있었습니다.

특히나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 지배에 이용하기 위해 신라의 경순왕을 자주 언급했다는 사실에서는 분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신라가 저항 없이 고려에 제 나라를 갖다 바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그 투쟁의 중심에 마의태자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의병이 일어났던 것처럼 신라의 부흥 세력도 마의태자를 중심으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 신라의 태자는 구한말 고종의 아들, 순종처럼 굴복하지는 않았다. 그는 목숨을 걸고 왕건에 저항하고 신라의 부활을 꿈꾼 인물이었다. 마의태자가 있기에 신라는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었다." - page 186 ~ 187

우리가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하는 이유.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그 속엔 우리에게 '희망'의 불씨를 건네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대표자를 뽑기 위해 '선거'를 하였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

그로 인해 뽑힌 '지도자'들.

그들이 새겨야할, 그리고 우리가 소중히 한 표를 행사해야하는 이유를 소설 속에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소설의 제목인 '김의 나라'.

함보가 죽어가면서 아들 극수와 손자 고을에게 당부하던 이 이야기가 저에게도 큰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나의 아버지 신라 태자님이 이 먼 곳에서 이루시려 했던 꿈을 너희가 꼭 이루어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뿌리는 애신각라 김이다. '김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조상들이 하늘에서 응원할 것이다. 나무의 뿌리가 튼튼하면 매년 새로운 잎과 열매를 맺게 한다. 우리가 그 뿌리에 달린 잎과 열매이다. 나는 이제 시들어 가지만, 내가 지고 나면, 나도 뿌리에 영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너희도 마찬가지이다.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 그 뿌리가 우리가 함께하는 김이다. 반드시 김의 나라를 만들어서 우리 조상들이 호령했던 대제국을 다시 이루어야 할 것이다." - page 274

역사의 진실을 좇던 ​진국의 '마의태자의 진실'은 또다시 가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진실은 반드시 표면에 나타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근에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가려질 수 있었던, 왜곡될 수 있었던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오늘날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에 커다란 울림을 받곤 하였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도 그 울림에 한동안은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자랑스럽습니다.

이 나라를 지키기위해 선조들이 흘린 피, 땀, 눈물.

결코 잊어서는, 잊혀져서는 안 됨을 다시금 되새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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