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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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태를 마치 예견한 듯한 책들이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도 무서운 전염병 속에 고립되어 버린 도시 속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


막연한 바이러스일 꺼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소름이 돋았던 것은 바로......


"중국 우한 외곽 소재 RDNA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것을 그들은 '우한-400'이라고 불렀다."

_본문 중에서


주저할 필요없이 무조건 읽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과연 그들에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어둠의 눈

 

12월 30일 화요일.

소설의 시작이었습니다.

화요일 새벽, 자정을 6분 넘긴 시각. 새로운 공연 리허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티나 에번스는 낯선 이의 차에 탄 그녀의 아들, 대니를 보았다. 하지만 대니는 벌써 죽은 지 1년이 넘었다. - page 9

1년 전 의문의 버스 사고로 아들을 잃은 크리스티나 에번스.

역시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랄까......

그 남자애를 보고 있자니 대니와 닮기만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입 안이 바짝 마르며 쓴맛이 감돌았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아직도 외아들을 잃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절대로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적응하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었다. 대니를 닮은 소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는 애초에 아들을 잃은 게 아니었다는 환상에 너무나 쉽게 빠져들어 갔다.

어쩌면......어쩌면 저 아이가 정말 대니일지도 몰라. 안 될 건 뭐야? 곰곰이 곱씹어볼수록 점점 미친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 page 10

그렇게 아들을 잃었지만 아직 아들의 방조차 정리하지 못한 티나.

요즘들어 그녀의 꿈 속에 나타난 대니는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에 티나는 그만 잠을 설치게 됩니다.

그런데......

분명 집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안절부절 못하며 집안을 살펴보는 티나.

​역시나 침입자는 찾지 못하였고 남은 곳, 대니가 쓰던 방에 들어갔습니다.

아들의 흔적......

아직도 남아있기에 힘들기만한 티나.

그러다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닌 검은 칠판이었습니다.

칠판 표면에 적힌 서툰 글씨체 다섯 글자.


죽지 않았어

실패로 돌아간 결혼 생활과 아들의 죽음.

바닥에서 그녀는 다시금 일어서보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그토록 매달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그녀의 쇼 「매직!」.

드디어 막이 열리고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를 합니다.

초연을 마치고 축하 파티에서 엘리엣 변호사와 첫눈에 빠져 들면서 티나는 다시 여자가 되어 볼까라는 작은 설렘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자꾸만 조여오는, 아니 뭔가 의심쩍인 아들의 죽음.


나 추워 나 다쳤어

엄마? 내 말 들려?

나 너무 추워

나 심하게 다쳤어

날 여기서 꺼내줘

제발 제발 제발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티나는 엘리엣과 함께 아들의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데......

새 한 마리가 머리 위 어두운 하늘을 휙 지나갔다. 엘리엇은 새를 볼 수 없었지만 날갯짓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티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있죠, 마치...... 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 - page 249


그리고 겹쳐지는 또 하나의 눈.


재커라이어가 투덜댔다.

"저놈의 눈."

"꿰뚫어보는 것 같지 않소?"

"쟤가 쳐다보는 눈빛 때문에...... 전 가끔 소름이 끼쳐요. 저 눈에 뭔가 홀리는 힘이 있다고요."

돔비가 말했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군."

"아뇨. 그런 느낌만이 아닙니다. 쟤 눈은 이상해요. 1년 전 여기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다고요."

돔비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저 눈에는 고통이 서려 있지. 아주 깊은 고통과 외로움이 있어."

"그 이상이라니까요. 저 눈에는 무언가가 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요." - page 323


읽으면서 그 '눈'의 실체들을 쫓다보니 어느새 마주한 실체는 너무나도 무섭고도 잔혹하였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


"하지만 우리 이야기가 신문에 나면 정부는 이곳을 분명히 폐쇄할 텐데요."

티나의 말에 돔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소. 이 일은 해야만 하기 때문이오.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와 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소. 겉으로야 연구소를 닫는 척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을 거요. 타마구치를 비롯한 최측근은 해고될 거요. 대대적인 개편이 시행되고, 좋은 쪽으로 변하겠지. 당신들에게 비밀을 누설한 게 재커라이어라고 내가 둘러댄다면, 그래서 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나는 승진해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될 거요. 최소한 연봉은 오르겠지." - page 446


쉬이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아니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을 것 같기에 더없이 분하고 또 분하였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이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



책을 덮으면서도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마냥 소설이라 단정하기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었기에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속에 '가족'이 있었기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와 같은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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