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이상한 초콜릿 가게 작고 이상한 로맨스 시리즈 3
베스 굿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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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숍, 책방에 이어 이루어진 장소는 다름아닌 '초콜릿 가게'.

<작고 이상한 로맨스 시리즈>의 3번째는 어떤 사랑이 이루어질지 책장을 펼쳐봅니다.

작고 이상한 초콜릿 가게

 


높고 좁은 빅토리아풍 건물의 가게 진열창 위에는 소용돌이 장식의 금속판에 매력적인 초콜릿 모양이 새겨진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라벨의 런던 초콜릿 가게'


옛날 같으면 며칠마다 한 번씩 이 가게를 들러 초콜릿을 둘러본 후 마음껏 사 먹을테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초콜릿 금지의 해'를 내세워 그저 바라만 보아야하는 가게의 진열창.

그런데 진열창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초콜릿 한 덩어리도 눈에 띄지 않은채.

"달콤한 초콜릿들이 다 어디 간 거야?" - page 6


가게 어딘가에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공지 같은 것이라도 붙어 있을까 싶어 진열창 안을 살펴보던 그녀 '클레멘타인'은 가게로 들어가려던 순간.

입구 주변 빈틈에 골키퍼처럼 몸을 구겨 넣고 있던 커다란 흰색 페르시안 고양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

고양이를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는 눈썹을 치켜올린 채 대답을 기다렸다.

"죄송하지만, 마드모아젤, 보시다시피 지금은 손님을 받고 있지 않아요."

"아, 네. 그래서 들어와본 거예요." - page 10


평소엔 몸에 딱 맞는 짙은 회색 스리피스 양복에 짙은 검정색 앞치마를 인는 쇼콜라티에 라벨 씨.

오늘은 흰색 티셔츠에 색 바랜 청바지를 입고 그녀가 나가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촌뜨기 바보처럼 그를 바라보며 불쑥 말을 건넵니다.

"문을 닫으시는 건 아니죠? 제가 이 초콜릿 가게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여기가 문을 닫는다면 그건 너무나 끔직한 일이 될 거예요. 또 그렇게 되면 전 제 자신을 탓하게 될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전에는 여기 자주 들르곤 했거든요. 기억하시나요? 아마 못하실거예요. 계산대에 계신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아니면 제가 기억을 했겠죠. 하지만 아마도 저를 보신 적은 있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저는 항상 여기서 작은 트뤼플 봉지랑 과일 맛 무스가 들어간 초콜릿을 사곤 했어요. 그리고, 아, 이런, 그 '초콜릿 오르가슴'도 말이죠. 그런데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요. 그러다 보니......" - page 13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지만 왜 생각과 말은 달리 행동하는 것인지.

자신의 품에 있는 고양이를 라벨 씨에게 건네며 주인을 찾을 때까지 맡아달라는 무모한 행동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다 알게 된 초콜릿 가게의 사정.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회계 장부 관련해 도움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 순간 클레멘타인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외삼촌이 운영하는 회계 사무실에서 임시직을 맡고 있는, 회계에 대해선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자신이 라벨 씨 회계를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회계를 돕는다는 핑계로 저녁 데이트를 꿈꾸는 클레멘타인.


이것이 사랑의 마법이랄까.

그녀는 장부의 숫자를 이해하며 심지어는 약간의 조언까지 건네게 됩니다.

그리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어.'

맛있는 식사에 매력적인 프랑스 남자와 함께한 시간, 그 감질나던 짧은 입맞춤...... 그녀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함정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 page 59 ~ 60


그녀의 조언 덕분에 다시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그.

그렇게 그녀와 그 사이에 작은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게 되고 그녀는 그의 가게일을 도와주기까지 하는데......

과연 그들 사이에 초콜릿처럼 달달한 사랑이 이루어질까?


"클레멘타인,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그런 것 같아요."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잘해보려고 할 때마다 일이 꼬여요. 미안해요."

"난 그 점이 좋아요."

허스키한 목소리로 도미닉이 말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쥬뗌므(사랑해요), 클레멘타인, 쥬뗌므(사랑해요)"

"몽 듀(세상에)!" - page 178


정말 초콜릿과 같이 달달하고 유쾌했던 그들의 로맨스.

클레멘타인을 보면서 '브리짓 존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엉뚱발랄했던 그녀.

그래서 더없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웠던 그녀.

클레멘타인이 꼭 그랬습니다.


카카오만 있었다면 텁텁하면서도 그리 풍미가 없었을 테지만 적당한 카카오, 밀크, 설탕, 아몬드나 시럽 등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이처럼 달콤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초콜릿 한 입 먹은 느낌이었던 이 소설.

입 안에 남은 초콜릿을 또다시 음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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