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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모차르트 : 레퀴엠 - Les Arts Florissants & William Christie
모차르트 (Mozart) 작곡, 윌리엄 크리스티 (William Christie) 지휘, / ERATO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모짜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 이 영화를 보다가 빠지게 된 음악이 있다. 그것이 바로 레퀴엠...
병든 모짜르트가 침대에 누워서 궁정악장 살리에리에게 열심히 설명하던 Confutatis는 말 그대로 전율 그 자체였다.
침대에서 주먹을 불끈 불끈 쥐며, 열심히 설명하던 모짜르트의 모습은 아직도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프라노의 가녀린 목소리,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 마치. 이런 말을 하는 듯한 애절함... 아아.. 소름이 돋았던 그 장면..
레퀴엠을 정식으로 듣고 싶어서 이리 저리 음반을 찾아 헤메던 나는 칼뵘의 지휘, 아르농쿠르의 지휘, 아바도의 지휘, 번스타인의 지휘 등등 여러개의 음반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곳 저곳에서 전문 서적들을 뒤적이다 보니, 전부 나름대로 해석을 달리 했던 작품들이고, 판본 조차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짜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하던 도중에 운명을 하게 되는데, Lacrimosa 8소절인가에서 멈추었다고 들었다. 그 이후의 작품은 모짜르트의 직속 수제자였던 쥐스마이어가 계속 이어서 작곡을 했다고 한다.
Lacrimosa 다음에도 곡이 상당히 많은데, 이것을 전부 쥐스마이어가 다 작곡했단 말인가? 하는 나의 의문은 음악을 잘 아시는 교회 집사님에 의해 풀렸다. 모짜르트는 자신이 이 레퀴엠을 다 완성하지 못할 것을 알고, 미리 쥐스마이어에게 어떻게 작곡을 마무리 할 것인지 말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쥐스마이어는 모짜르트가 시킨대로 그렇게 작곡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모짜르트의 수제자라 하더라도, 어떻게 모짜르트와 같은가? 여전히 의문...
머리가 혼란 스러웠다. 물어본 김에 한가지 더 물어봤다. " 집사님께서 저에게 권해주고 싶은 레퀴엠은 뭐죠?" 그러자.. 그 분께서는 이 음반을 권해 주셨다.
처음에는 가장 많이 알려진 쥐스마이어의 판본으로 조금 Speedy한 레퀴엠을 들어야 한다고.. 드디어 음반은 개봉되어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CDP를 돌렸다.
비로소 시작된 레퀴엠..
무례한 나는 7번 트랙으로 skip을 해서 Confutatis를 먼저 들었다. 아아.. 이 감동.. 영화를 볼때의 감동이 전해져 왔다.. 연속으로 4번을 들었나?
갑자기 나를 질책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자아였다. 레퀴엠 전곡을 들어 보려고 구입했던 나는 영화의 한 장면 때문에 계속 모짜르트를 침대에만 눕혀놓고 있던 것이었다. 음악을 들으려했던 것이 아니고 영화를 보려 했던 것.. 그럴거면 그냥 DVD나 보면 될 것을...
다시 처음으로 돌렸다. Intritus, Kyrie, Dies Irae, Tuba mirum, Rex tremende, Recordare, Confutatis, Lacrimosa, Domine Jesu, Hotias, Sanctus, Benedictus, Agnus Dei, Communio, Lux aeterna, Cum sactis...
계속해서 울려나오는 장엄한 미사곡...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음악에 그냥 내 몸을 던져버리고 있었다.
Lacrimosa가 연주될 무렵, 나는 나오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어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 모짜르트는 왜그리도 비참한 최후를 당해야했는지..
그의 뛰어난 재능, 아쉬운 그의 죽음.. 오스트리아의 음악연구가 쾨헬이 아니였다면, 지금 우리는 모짜르트의 그 위대한 음악을 이토록 쉽게 구해 들을수 있었을까?
모짜르트의 죽음이 그의 레퀴엠에 오버랩되면서 나는 한동안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두어야 했다.
아름다운 천상의 하모니.. 눈이 부신 천상의 오케스트레이션...
쥐스마이어가 아무리 화성악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모짜르트의 음악 자체가 그것을 커버하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에 빠져 몇번을 연거푸 듣던 나는 칼뵘의 연주로 레퀴엠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칼뵘의 연주는 크리스티의 연주처럼 Speedy 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연주로 레퀴엠과 친해진 상태에서 들으니 칼뵘의 레퀴엠의 속도가 나를 곤혹하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레퀴엠의 광팬이 되어버린 지금.. 칼뵘의 음반, 아바도의 음반, 헤레베헤의 음반, 아르농쿠르의 음반, 번스타인의 음반 들이 자꾸 나의 지갑을 위협한다.
그래도.. 음악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지 않은 것은, 음악이 나에게 주는 평안과 감동으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