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모차르트 : 레퀴엠
Harmonia Mundi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이토록 맑고 영롱한 하모니가 있을까?

마치 김영랑 시인의 시를 듣고 있는듯한 하모니가 여름날 지친 몸을 일으켜세우고 있다.  이 음악이 어디를 보아서 장송곡이란 말인가?   죽은자가 벌떡 일어나 앉겠다.

크리스티의 레퀴엠이 약간 speedy한 깔끔함이라면, 헤레베헤의 레퀴엠은 아주 맑고 영롱한 새벽 옹달샘에 떨어지는 이슬방울이다.

완벽한 성가와 뒤를 바치는 오케스트레이션..

벽을 타고 전해오는 잔향의 속삭임..  어디를 어떻게 들어도 청아 그 자체이다.  숨소리 조차 쉬면 안될것 같은 장엄미사곡..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하모니, 아아 헤어나오기 싫어. 

이곳은 온통 헤레베헤의 늪..  어디 한가닥의 실오라기도 없이 자꾸 빨려들어가는 늪.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는 이내 힘이 빠지고, 점점 안으로 빨려 들어가 이내 숨을 거둔다.

아아.. 나의 영혼이 한가닥의 슬픈 멜로디를 타고 하늘로 승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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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레베헤의 원전연주는 마치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중세의 수도원의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엄숙하고 차분하며 평온한 그 분위기 말이죠.. 이 음반은 이안 보스트리치가 성악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레퀴엠 하니 가끔 번스타인의 음반을 학교 고전음악감상실에서 신청하여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입당송부터 압도하는 멜로디에 숨이 막히곤 했었죠...

"떨어지는 이슬방울" 이 표현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kingdavid 2008-07-12 19:57   좋아요 0 | URL
항상 좋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출장을 다녀왔더니 반가운 댓글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