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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채사장님이 자기를 꺼내어 놓았다.
자신을 흔들어 깨운 불편한 지식들이라는 말로 본인의 성장을 계단에 빗대어 11가지의 단계로 구분하여 자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펼쳐 놓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팟캐스트에서 듣는 채사장은 위트있고 유머가 넘치는 달변가였으나 스스로는 관계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말에 대해서 말이다.
자기 자신을 반만 꺼내어 놓고 다른 반쪽은 커텐뒤에 가린채로 웃음을 내보이며 내면의 상처 또는 예민함을 다스리는 류의 사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자전적인 에세이이자 개인의 성장일기일 것이다. 이 책을 세상에 꺼내놓은 채사장의 용기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잉여처럼 지내던 고2 겨울 방학 시절, 문예부 타이틀을 달고도 단 한권을 완독하지 못한 자괴감에 누나의 책꽂이에서 '죄와 벌'이라는 책을 꺼내든 이 우연한 만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문학과 종교, 철학과 과학,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생각의 층위로 확장되어져 갈때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책들을 소개한다.
계단의 끝을 올라 아마도 한참을 걸어간 후에 마주치는 층계의 수직면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꽉 막힌 벽일 것이다. 그 벽에 대한 끊임 없는 두드림과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토대로 마침내 한 계단씩 올라 섰을 것이다.
꼭 이 책을 결을 따라가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닐것이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바꿀 단 한권의 책이 있다.
창피하지만 난 그런 고전도 아닌 '진중권교수님의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너무나 상투적인 책이었다. 그것도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어든...
그러나 그 책이 아니었다라면, 그 책이 인도해 주는 길에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채사장님도, 니체도, 까뮈도, 서양미술과 미학의 세계도, 칼세이건도, 스티븐호킹도, 동양미술과 오주석 선생님도, 동양의 건축과 서양의 건축도, 우리나라와 세계의 역사 등들도, 신영복이라는 위대한 사상가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만나야 한다. 개인의 삶을 뿌리채 바꿔 다른 토양에서 새로운 뿌리로 자라나는 계기를, 작은 화분 속을 박차고 나와 드넖고 높은 대지에 뿌리 내릴 용기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라는 책을 읽기 위한 예습으로 '시민의 교양'과 '열한 계단'을 만났다. 시민의 교양이 고도로 추상화된 국가와 사회 체계 속의 시민의 정의를 설명해줬다면 열한 계단은 자신을 드러내어 팬심을 단단하게 해주었다.
나는 이제 채사장님이 이야기하는 관계론에 대해 충분히 들을 준비가 되었다.